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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장소 옮긴 ‘혜화역 집회’…워마드 관련설, 영향 미칠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7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모인 참가자들. [뉴스1]

지난달 7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모인 참가자들. [뉴스1]

서울 혜화역에서만 열렸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이번이 네 번째 집회다. 이 집회는 지난 5월 발생한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당시 여성 가해자에 대한 편파 수사가 있었다는 논란이 빚어지면서 시작됐다.

3차 집회 "재기해" 구호, 워마드 관련설 나와 #집회 주최 측 "어떤 단체와도 무관" 부인나서 #전문가들, "혐오 프레임" "메시지 전달 실패"

집회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늘었다. 첫 집회에서 주최 측 추산 1만2000명이 모인데 이어, 지난달 7일 세 번째 집회에서는 6만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 주최 측인 ‘불편한 용기’는 이번 광화문 집회 인원을 경찰에 5만명으로 신고했다. 주최 측은 3차 집회 못지 않은 인원이 모인다고 보고 있다. 집회 때마다 늘어난 추세만 보면 앞선 집회 보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일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월 주최 측이 개설한 다음카페 회원 수도 2일 현재 4만3000여 명이 넘어섰다.

지난달 7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온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달 7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온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지난 7일 세 번째 집회 후 변수가 생겼다. 집회 주최인 불편한 용기와 남성혐오사이트 워마드의 ‘관계설’이 불거져서다. 당시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문재인 재기해”란 구호를 외쳤다. ‘문’을 뒤집은 ‘곰’이라는 글자가 적힌 피켓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집회 때 구호로 외친 ‘재기’가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재기해”는 “자살하라”는 의미라는 얘기다. ‘곰’ 피켓 역시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규탄시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었다.

‘재기해’는 워마드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터넷 은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불편한 용기’ 운영진에 워마드 회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불편한 용기는 워마드와의 관련설을 부인했다. 이들은 “우리는 워마드, 운동권 및 어떤 단체와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을 통해 “워마드 논란을 우리 시위에 덧씌워서 우리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탄압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또한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에 대해서 “‘재기해’는 사전적 의미의 ‘재기(再起)하다’이지 자살하란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워마드에는 최근에도 논란이 되는 사진·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1일 워마드 한 회원은 리비아에서 피랍된 한국인 남성에 대한 보도 내용을 올리며 “60대면 어차피 낼 모레 XX XX 아니노”라며 “이거 이 XX 도와주기만 해봐라”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달 14일에는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한 아파트 사진과 함께 남자 아이 한 명을 납치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순찰차 2대와 강력팀 등 수십여 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인근 주민들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다. 앞서 버스에 탄 남성들을 대상으로 흉기를 겨눈 사진 7장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낙태 인증’이라는 제목과 함께 조작된 태아 훼손 사진까지 올라왔다.

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알림 내용. [사진 페이스북 캡처]

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알림 내용. [사진 페이스북 캡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부 세력이 집회에 ‘혐오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과 주최 측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지 못했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문제가 된 구호는 4시간 집회에서 핵심이 아니었지만, 그 부분만 호도됐다”며 “혜화역 시위(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워마드와 등치 시키려는 움직임은 여성 인권 운동의 목적성을 가리고, 정당성을 없애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시위에 나서려는 여성들에게 부담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절박한 요구에 공감한다”면서도 “논란이 된 구호들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제대로 된 메시지 전달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이어 “이번 4차 집회에서 주최 측이 ‘워마드 회원이 참석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기본 정신은 이렇다’는 점을 정리해 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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