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운영 속도감 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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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정감사, 대정부 질문 등으로 인해 미뤄져 온 국회의 각종 특위활동이 비로소 재개됨으로써 국회차원의 5공 청산작업이 이제 본격화합 단계다. 국회가 지금까지 국정감사 등을 통해 5공 비리를 적발, 규명하는데 많은 수고를 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특위 정국을 맞아 우리는 국회가 특위활동을 좀더 속도감 있게, 좀 더 능률적으로 해주기를 촉구코자 한다.
그 동안 특위활동을 통해 지방 청와대의 실상이나 일해재단의 문제점 등이 더러 드러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아 각종 특위 활동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고 특위를 통해 5공의 빠른 청산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것이 사실이다. 5공 비리특위는 그런 대로 일해재단을 파헤치는데 매달려 왔지만 여태 일해재단 한 건을 갖고 시간을 끌고 있고, 광주특위나 법령개폐특위는 그 동안 뭘 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5공 비리특위는 무려 44건을 조사할 예정이지만 이런 속도로 나가다가는 앞으로도 몇 달 몇 년이 더 걸릴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법령특위 역시 활발한 활동이 있어야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각종 악법들의 개폐를 실현할 수 있을 터인데 왜 이렇게 서두르지 않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번 회기를 놓치면 악법으로 겪는 국민의 고통이 또 내년까지도 이어진다는 현실을 좀더 냉엄히 인식해야할 것이다.
특위가 보다 능률적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외해서는 그 운영방법의 개선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령 5공 특위의 일해재단 문서 검증반이 활동하는 동안 특위소속 다른 의원들은 공식활동이 없었는데 이들로 다수의 소위나 조사팀을 구성해 다른 사안에 투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청문회도 반드시 전체회의에서만 할게 아니라 소위별로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전원이 한 건씩 처리해 나가는 방식으로만 나간다면 아마 13대 임기 중에는 44건을 다 처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특위가 좀더 전문인력의 지원을 받을 필요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의원들이 회계나 세무 또는 수사의 전문가일수는 없는 만큼 회계사라든가 수사 유경험자와 같은 전문인력의 도움이 있어야 능률적인 조사가 가능할 것이다. 현재 각종특위에는 이런 전문인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국회는 필요한 예산을 추가지원해서라도 필요한 전문인력을 한시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를 검토해야할 것이다.
이런 운영개선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정당과 의원들의 자세와 성의문제다.
정당간의 지나친 경쟁의식, 의원들의 공명심 등으로 문제의 핵심을 파헤치지 못하고 매스컴의 관심을 끌거나 지엽적인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번 언론통폐합을 다룬 문공위에서는 증인의 「소신」을 명쾌히 논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증언의 모순이나 부당성도 충분히 지적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사안에 대한 충분한 사전준비를 해야 함은 물론 무엇보다도 의원들간의 조직적인 팀 플레이가 필요하다. 혼자서 중요한 문제를 다 질의해 버릴게 아니라 문제의 측면별로 분담해 조목조목 따져야 중구난방을 피할 수 있다. 논리로 증인을 추궁해야지 고압적 호통이 능사가 돼서는 곤란하다.
좀더 빠르고 능률적인 특위활동을 거듭 촉구하면서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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