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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박민영 인터뷰 "첫방 후 반응, 덜덜덜 떨면서 봤다"

중앙일보

입력

배우 박민영 [사진 나무엑터스]

배우 박민영 [사진 나무엑터스]

배우 박서준은 “연기는 ‘액션’보다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는 본인 만큼이나 그걸 받아주는 상대방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부회장 ‘이영준’(박서준 분)이 밉상 캐릭터임에도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상대역인 ‘김미소’의 역할이 그만큼 컸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회장의 멘트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는 김미소를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 박민영은 박서준과 묘한 ‘케미’를 이루며 작위적 캐릭터의 설득력을 한껏 높였다.

지난달 29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박민영은 “웹툰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하려고 애썼다”며 “너무 사랑해주셔서 연기하는 내내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수차례 말했다. 박민영은 인터뷰 중간 중가 수시로 손뼉을 치며 ‘빵’ 터졌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누군가를 흉내 내길 좋아했다.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전해본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한 장면 [사진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한 장면 [사진 tvN]

우선 종영 소감부터 시작해보자
다른 배우들 많이 만나고 오셔서 아시겠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유달리 좋았다. 많이 생각나고 그리울 것 같다. 저에게는 특별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목소리가 좀 잠긴 것 같다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조금 잠겼다(웃음).
김미소라는 캐릭터, 어떤 매력을 느꼈나
처음 제안받았을 때 ‘이제는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대사가 와 닿았다. 저의 공감대를 확 자극했다. 좀 신선한데? 이런 느낌. 이렇게 퇴사를 하겠다고 한 뒤에 시작되는 연애의 흐름이 신선하다고 느꼈다. 특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여성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좋았던 건, 일에 있어서는 또 프로페셔널하게 마무리하지 않나.
구체적으로 말하면?
뭔가 ‘난 사랑에 빠졌어. 이제 부회장님의 부인이 될 거야’라고 해서 절대 흐트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채근하고 다잡는 지점들이 홀딱 반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저도 이 역할을 하면서 ‘와 나도 이렇게 멋있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어린 팬분들은 저한테 ‘저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러브레터를 보내는데, 보면 다 제가 아니라 김미소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웃음). 궁극적으로 많은 여자 친구들의 워너비처럼 느껴지면서도 인간적인 푸근한 면이 있는 친구,  술 한잔하고 싶다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라서 찍으면서 스트레스 안 받고 너무 행복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

싱크로율이 너무 높다는 반응이 많다
그런 반응이 나올 줄 몰랐다. 처음에는 반응이 굉장히 안 좋았던 게 사실이라(웃음).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보자 생각했다. 내외적으로 모두 ‘김미소’ 얘가 한번 돼 보자 생각했다. 외부 연락도 거의 안 되는  상태로 매일 운동하고, 대본 공부했다. 유산소 운동하다가 너무 힘들 때 ‘김비서가 왜 그럴까’ 웹툰을 봤다. 그러면 그 속에 너무나 완벽한 미소 몸매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거 보고 다시 유산소 운동을 미친 듯이 했다(웃음).
왜 그렇게까지 했나
싱크로율이 떨어지면, 보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외적인 것도 맞추고, 비서가 쓰는 용어 써서 자연스럽게 업무 보는 걸 익숙하게 만들었다. 지금 트렌드와는 전혀 동떨어진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이 웹툰에 있었는데, 트렌드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웹툰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만들려고 했다. 유행이 아니라 시중에 없는 기성복 주문해서 만들고, 펜슬 스커트 같은 것도 색깔별로 다 만들어놓고, 블라우스도 웹툰과 제일 비슷하게 생긴 것들만 입어봤다. 헤어 메이크업도 지금 트렌드와 전혀 상관없이, 풍성하게…. 그렇게 열심히 뭔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볼륨을 엄청 살린 포니테일을 해보고 누가 옆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무거운…. 사극 찍는 줄 알았다, 너무 무거워서(웃음).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노력하고서도 반신반의했다. 그분들을 만족시켜드릴 수 있을까... 워낙 팬들이 많은 작품이었고 김미소란 캐릭터도 예쁘고 멋있게 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닮으려 노력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남들 앞에서는 티를 하나도 안 냈다. 첫 방 다 같이 봤다. 다 끝나고 집에 와서 이불 뒤집어쓰고, 마스크팩 붙이고 덜덜덜덜 떨면서 처음으로 글을 확인했다(웃음).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 좋았다. 그때 하루 잠깐 행복했다가 다시 마음 다잡고 촬영 들어갔고, 그 이후로는 반응을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다.
배우 박민영 [사진 나무엑터스]

배우 박민영 [사진 나무엑터스]

원작이 있다 보니 그 틀에서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다. 아쉬움은 없었나
캐릭터 적인 면에 있어서 원작에서 아쉬웠던 건, 처음에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가 다시 그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는 과정에 대해서 친절하게 보여주지 않았더라. 드라마에서는 미소가 왜 그런 결정을 하고, 이후에 어떻게 자아를 찾아가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 한 회를 다 써가면서 상세하게 그려졌다. 주변에서는 오히려 미소를 보고 "진짜로 잘 결정했다,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하는데, 미소는 오히려 멍하게 있다가 하나하나 해온 일들을 돌아보며 자신이 비서 일을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 과정이 원작보다 더 친절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그 부분을 채워주니까 너무 좋았다.
반응이 좋은 걸 체감하나
화제성 지수 같은 걸 보면 알 수밖에 없다. 특히 저희 엄마 주변 분들이 연세가 있으신데 처음으로 그분들이 너무너무 좋아하시더라(웃음). 저희 엄마가 59년생이신데, 친구분들도 재밌게 봐주시고, 너무 열광적으로 좋아해 주시는 거 보고 그때 체감을 했다.
기억나는 반응이 있다면
극 중에서 MT 간 장면을 찍던 중이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타고 지나가던 차에서 한 분이 소리치시더라. “김미소 잘하고 있어!” 이렇게. 그게 너무 신선하고 충격이었다. 모두가 “야 할머니가 김미소라고 했느냐”고 신기해했다. 그때 다양한 연령층에서 좋아해 주시고 있구나 느꼈다. 젊은 여성층은 좋아해 주실 줄 알았다. 워낙 원작이 인기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남자나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안 좋아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남자분들이 끝나고 나서 좋아해 주시더라. (남자 기자를 향해) 그렇지 않나요?
죄송한데 이 드라마 전까지 이렇게 예쁘신지 몰랐다(남자 기자)
그러니까요(웃음).
배우 박민영 [사진 나무엑터스]

배우 박민영 [사진 나무엑터스]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그냥 감사하다. 올해 아주 덥지 않느냐. 거기서 우리는 오피스룩 입고 계곡까지 갔다 왔다. 힘들게 찍는데도 반응이 좋으니까 다들 표정이 밝은 게 느껴지더라. 끝나고 나도 감동 받은 건, 촬영 스태프 친구들마저도 이렇게 스트레스 안 받고 한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웃음). 그런 얘기 듣고서 와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감독님 주도로 지휘 잘하셔서 만든 거지만 괜히 뿌듯하더라. 끝나고 쫑파티 3차까지 했는데 그때까지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었다.
이렇게 코미디로 부각되는 게, 하이킥 이후 처음 아니냐
그렇다. 많은 분들이 하이킥 출신이라고 하는데, 사관학교도 아닌데(웃음). 부끄러운데 저도 그런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코미디를 접한 게 하이킥이란 좋은 시트콤이었기 때문에, 코미디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은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코미디의 어떤 점을 말하나
코미디는 억지로 웃기려 하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완성돼 있는 상태에서 캐릭터간의 충돌로써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하려고 해서 웃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 내가 아니라 남들이 봤을 때 웃긴.
이번에도 그랬나
저는 웃음을 잘 참는다고 칭찬받았다. 그런데 한 번은 빵 터졌다. 부속실 사람들이 무슨 발리우드 영화처럼 노래를 부르면서 감사패를 주러 오는데. 그때 제가 밤샘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그 신을 찍으러 가는데, 갑자기 찬성이 콧구멍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자꾸 오는데 순간적으로 못 참겠더라(웃음). 처음으로 웃느라 NG를 냈다.
로맨틱 코미디긴 한데, 조금 특별한 로코인 것 같다
온갖 클리셰는 다 해본다(웃음). 첫 도전인데 로코에서 나올 수 있는 클리셰는 다 해봤다. 근데 진짜로 웃긴 건, 극 중 ‘영준’이는 진짜로 그렇게 했을 것 같은 거다. 말도 안 되지만 모솔(모태솔로)이지 않나. 주변에 잘 생기고 잘난 사람이 널렸음에도 아직까지 모솔이라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그래서 미소도 영준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해볼 거 다 해보고 싶었을 것 같다. 큰 인형이나 놀이동산 같이 가기 같은 거. 저 역시도 아직까지 남자친구하고 뭐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그런 대답밖에 안 나올 것 같다. 그런 게 현실적이지 않나.
첫 도전에서 로코 여신 소리를 듣는다
훈훈하네요(웃음). 첫 도전에서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났다. 제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쫑파티 때 스크립트 동갑 친구가 “민영아 나는 니가 화면 안에서 너무 신난 게 보여서 좋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웃음). 매일매일 감개무량하게 촬영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 한다는 게 너무 기쁘고 행복해서 잠 안자도 행복했다. 제 최애캐(최고로 애정하는 캐릭터)가 돼버렸다(웃음).
김비서가 왜 그럴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

꽃 알레르기 때문에 기침하는 장면에서 망가지기도 했다
얼굴 막 쓰는 거 좋아한다(웃음). 사실 더 리얼하게 망가진 장면도 많은데 감독님이 너무 얼굴 막 쓰지 말라고 자른 거다. 감독님은 로코 여주인공은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셔서(웃음). 미소 보면, 썩소 짓는 표정이 있는데 이것도 사실 제가 생각해낸 거다. 웹툰 보면 만화적으로 한 번씩 빗금 쳐서 표현되는 표정이 있는데 이걸 표현하려고 고민했던 부분이다. 썩소 지었더니 감독님이 웃기다고 하더라. 엔딩컷으로 써달라고 해서 진짜 엔딩컷으로 쓰였는데,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주인공이 썩소 짓는 게 엔딩컷으로 쓰인 건 처음이었다고 하더라(웃음). 제가 ‘아내의 유혹’ OST도 넣어달라고 했는데 그건 안 들어주셨다(웃음).
배우 박서준, 어땠나
원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번에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느꼈다. 사실 이 작품 속 영준이 캐릭터가 연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만화 속에서 영준이가 웃으면 꽃으로 날리는 표정이 있는데, 이게 만화니까 표현이 가능한 거지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하겠느냐(웃음). 그래서 너무나 궁금한 상태에서 이러고 보고 있는데 그걸 하더라. 자기만의 담백한 스타일로. 너무 느끼한 대사를 담백하게 해버리니까 이상하게 설득이 되더라. 저 사람은 진짜 저렇게 생각하나보다 하고(웃음). 모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힘이 저런 건가 싶더라. 많이 배웠다. 설렘 포인트도 워낙 로코를 많이 한 배우라 많이 알고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
열애설, 안 물어볼 수가 없다
괜찮다. 다른 기자들도 이미 다 물어봤다(웃음). 아쉽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하고. 처음에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기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부터 보라 언니, 찬성이, 예진이 인터뷰가 뜨기 시작하더라. 근데 헤드라인이 다 그거더라. 아 보면서 너무너무.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는데. 찬성이는 대놓고 아쉽다고 하더라. 그래서 되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진지해졌다.
열애 기사를 보니 어땠나
어떤 점을 보고 그렇게 썼나 살펴봤는데 아무것도 사실인 게 없었다. 뭐 증거라고 붙여주셨는데, 사실인 게 없으니까 조금 화도 나고. 제가 원래 일 터지면 저에게 화살을 돌리는 스타일이라, 이번에도 제가 촬영장에서 무슨 빌미를 제공했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전혀 이상한 사진들이더라.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오늘 해명을 구차하지만 해야겠다 생각했다. 더는 피해를 드리지 싶지 않더라.
앞으로 다른 분들 인터뷰 남았다고 들었다. 더 이상은 언급이 안 됐으면 좋겠다. 감독님도 주목받는 거 좋아하신단 말이에요. '갓준화' 감독님이 이번에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 내 자식처럼 작품 밤새 가면서 눈이 이만큼 퀭해질 정도로 하셨다. 감독님이 보면 걸그룹보다 더 말랐다. 그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저는 다른 거 다 제치고 열애설이 헤드라인으로 나올까 봐 두려운 거다. 그래서 확실히 말하자면 사귀는 사람 없고, 사귀는 사람 아니다. 짜깁기일 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애정 신이 뭔가
예쁘진 않은 건데 장롱 키스. 부회장이었으면 절대 들어오지 않았을 법한 조그만 미소의 집에, 조그만 장롱 속에서 이 미소를 받아들였다. 이미 그 자체로 많이 달라진 것이고, 그게 색다른 포인트로 로맨틱했던 것 같다.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번 작품 이후 가장 기분 좋은 댓글은 뭐냐
‘김미소는 박민영이었으니까’라는 댓글. 저는 그게 너무 좋다. 네가 해줘서 고마웠다라는 것. 그거 들으면 감동을 주체하지 못한다. 시작은 많은 분이 반대하실지 모르지만 끝나고 나서 박수받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끝나고 감사 인사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2011년 이후 영화가 없다. 이유가 있나
특별히 없다. 드라마 제안이 훨씬 많았고, 제가 자신 없어서 포기한 것도 있고. 어찌 됐던 여자 주인공으로서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한국 영화에서도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있어) 문제가 많지 않나. 그런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제 역할을 고심하면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려고 한다. 큰 작품이라고 해서 들어가는 건 제 성격과 맞지 않는 것 같고.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
이 장면, 올레TV에서 많이 본 장면 같다(웃음). 저도 식상하지만,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냥 돈 벌려고 일로 주어진 일이라서 하는 게 아니라. 그거만 된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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