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盧묘소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 면담…"통합으로 가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3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 한국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5월23일)이 아닌 시기에 봉하마을을 방문한 건 2015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쯤 김용태 사무총장, 홍철호 비서실장 등이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묘소에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이라고 쓰인 조화 바구니를 헌화했다. 방명록에 “모두,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지난 25일 첫 공식 외부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ㆍ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했을 때 방명록에 적은 글과 같은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참배 후 “우리 사회가 통합을 위해 가야 한다.국민 모두가 정말 다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직자들이 3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직자들이 3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이어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30분 간 비공개 면담을 했다.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한국당(전신 정당 포함) 대표를 만난 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 재조사를 요청하며 권 여사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당시 특위 위원장은 이날 참배에 동행하지 않은 김성태 원내대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하며 방명록을 남겼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모두, 다함께 잘 사는 나라'라고 썼다. [뉴스1]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하며 방명록을 남겼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모두, 다함께 잘 사는 나라'라고 썼다. [뉴스1]

김 위원장은 면담 후 “정치적인 이야기는 없었고, 최근 중국에 갔다 오신 이야기를 했다”며 “권 여사님이 (한국당에 대해) 열심히 잘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기자들이 ‘고발 취하 얘기가 나왔냐’고 묻자 “전혀 없었다. 여사님이 정치를 그렇게 다 따라잡고 계신 게 아니고 그냥 손주 키운 이야기를 했다”며 “(고발 철회는) 고발하신 분들이 있으니까 제가 함부로 대답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의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는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한 행보다. 김 위원장은 최근 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다. 지난 2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할 때도 노 전 대통령이 꺼냈던 대연정 카드를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상대방을 비난만 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통합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참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의 봉하마을행에 대해선 당내에서 반발 기류도 있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지금 굳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을 이유가 있냐”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정신을 따르는 인물을 왜 비대위원장으로 모시자고 했는지 정말 알고 싶다”며 내부투쟁을 예고했다. 이에대해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통합을 향해서 가야되고, 힘을 모아서 국가를 새롭게 해 나가야될 상황이니까 그런 점에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첫번째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대준 비대위원에게 임명장을 주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 위원은 30일 비대위원직을 사진 사퇴했다. [연합뉴스]

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첫번째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대준 비대위원에게 임명장을 주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 위원은 30일 비대위원직을 사진 사퇴했다. [연합뉴스]

또 김 위원장은 이날도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 논쟁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꺼내든 건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이었다. 김 위원장은 당 비대위회의에서 “우리가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어떻게 먹방에 대해 규제하고 또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고 하는 거냐”며 “이런 것 자체가 국가주의적이고, 이제는 우리가 끊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6일 ‘국가 비만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에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겠다”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한편 ‘김병준 비대위‘에 합류했던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이 이날 비대위원직을 사임했다. 김 총장은 지난 24일 당 비대위원으로 선임되자마자 지난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예비경선 탈락 이력, 음주운전ㆍ공동공갈 전과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추가로 비대위원 추천을 받겠다”고 말했다.
김해=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