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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최대 계파는 ‘초선’”…전대서 두드러지는 초선 66명의 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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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 129명 중 초선은 66명으로 최대 계파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런 대목을 썼다. 초선 의원들이 8ㆍ25 전국대의원대회(전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을 초청한 토론회 개최를 알리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당에서 계파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이례적인데, 그만큼 초선의원들의 세(勢)가 강하다는 의미로 읽혔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국회의원 주최 당 대표 후보 초청토론회가 2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최재성, 김두관, 박범계,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이종걸 후보. [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초선 국회의원 주최 당 대표 후보 초청토론회가 2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최재성, 김두관, 박범계,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이종걸 후보. [사진 연합뉴스]

 이날 초선 토론회를 지켜본 한 민주당 당직자는 “‘초선들이 묻고 후보들이 답하다’라는 토론회 이름처럼 이번 전대에서 선출될 당 대표에게 초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게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초선 의원들은 당내 최다선인 이해찬 의원(7선)에게 “‘버럭 총리’라는 별칭도 있는데, 여야 협치가 가능하겠나”(박용진 의원), “건강이 안 좋다는 관측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 달라”(김성수 의원) 등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아예 대놓고 “이 의원님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이훈 의원)는 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가야 할 방향과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을 논의하기 위한 초선 토론회 '민주당 한걸음 더!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를 개최했다.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가야 할 방향과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을 논의하기 위한 초선 토론회 '민주당 한걸음 더!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를 개최했다. 변선구 기자

 당내 국회의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이 전대 국면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과시한 건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초선의원 토론회를 연 데 이어 11일 당내 개혁성향 의원 모임 ‘더 좋은 미래’가 개최한 ‘더민주 8ㆍ25 전당대회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도 초선 의원들이 강렬한 목소리를 냈다. “지방선거 압승은 문 대통령의 승리였다. 앞으로 계속 청와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조건”(신동근 의원)이라며 당ㆍ청 관계 재정립을 주문하거나 “당 대표나 최고위원을 50대가 하면 좋은데, 안되면 40대에 넘겨달라”(기동민 의원)는 뼈있는 농담도 나왔다. 6월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13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개최한 오찬 자리에는 초선 의원 40명 가까이 참석하는 결집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번 전대에 최고위원 후보로 초선 의원 3명이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0대 총선 최연소 지역구 의원으로 부산ㆍ울산ㆍ경남을 대표하는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 민변 변호사로 세월호 사고 진상조사 과정 전면에서 활동하며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 박정어학원 설립자로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뛰며 당내 기반을 다진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 등이 그 주인공이다. 김해영, 박주민 의원은 당내 청년을 대표하는 이미지도 가진 소장파 의원들인 만큼 이들의 최고위원회 입성 여부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린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상조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상조 기자

 초선 의원들이 당내 혁신을 주도하는 새 피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달리 무게감이나 정무감각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없진 않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8명 중 설훈 의원(4선ㆍ경기 부천원미을)을 제외하곤 모두 초ㆍ재선 의원이라 최고위원회가 아니라 최저위원회를 뽑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된다”며 “초선이라는 정체성으로 모이게 되면 결국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인상만 남길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재선 의원은 “일부 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초선 의원들이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는 걸 두고 ‘초선 의원들이 왜 최고위원에 나서나’라는 반응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런 당내 비판에 대해 초선 의원 모임의 좌장격인 최운열 의원은 “초선은 경계를 만들고 다른 사람을 소외시키는 개념이 아니다. 초ㆍ재선 의원 모임 등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다수인 초선 의원들의 생각과 방향에 따라 당이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앞으로 초선 모임을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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