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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사시 한국군 단독으로 북 지휘부 점령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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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수리온 헬기가 특공대원들을 지상으로 내려주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수리온 헬기가 특공대원들을 지상으로 내려주고 있다. [중앙포토]

4ㆍ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한 사이 긴장이 완화됐지만 전시엔 한국군 단독으로 2주 안에 평양 등 북한 지휘부를 점령한다는 군의 계획이 국방개혁 2.0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소식통은 “‘공세적 작전 개념’이 ‘입체 기동 작전’으로 이름을 바꿔 국방개혁 2.0의 한 과제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국방개혁 2.0에 따르면 군 구조 개혁의 과제 중 하나로 ‘입체 기동부대 창설’이 제시됐다. 이름만 바꿨을 뿐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얘기다.

이 소식통은 “남북 관계가 변하고 있지만, 아직 비핵화나 본격적인 군축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입체 기동 작전을 세웠다”면서도 “향후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육군 20사단 기계화부대 전투장비 기동훈련에서 K-21 전투장갑차가 기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6년 육군 20사단 기계화부대 전투장비 기동훈련에서 K-21 전투장갑차가 기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송 장관은 전쟁이 일어나면 공수 부대, 해병대, 기계화 부대를 동원해 한국군 단독으로 2주 안에 평양을 점령하는 내용의 ‘공세적 작전 개념’을 세우라고 취임 직후 지시했다. 군 소식통은 “3월까지 입체 기동 작전을 보고하라고 송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합참과 각군 본부가 참여해 작전의 세부 사항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참에 따르면 입체 기동 작전은 2개 여단 규모의 공수부대가 평양으로 신속히 이동하는 작전이다. 여기엔 육군과 공군이 보유한 헬기와 수송기가 총동원된다. 또 해병대가 북한 지역 깊숙이 상륙한 뒤 내륙으로 진격하고, 기계화 부대가 쾌속 전진을 해 공수부대와 합류한다는 내용도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이루려면 한국군 혼자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게 송 장관의 인식이다.

지난해 9월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특전사 대원들이 집단강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특전사 대원들이 집단강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군 당국은 또 미군 지원 없이 한국군 단독으로 병력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대형 수송기와 공격 헬기 등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곧 관련 무기의 도입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은 입체 기동 작전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 작전이 지나치게 공격적 계획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ㆍ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연합사령부를 대체할 미래사령부 구성안 합의에 실패한 배경에는 입체 기동 작전을 고집한 송 장관과 이에 부담을 느낀 미국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군 관계자는 "한국군 단독으로 작전을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미군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미국은 한국이 사전 협의 없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 일각에선 입체 기동 작전이 무리한 작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입체 기동 작전은 아군이 진격 과정에서 피해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작전을 세웠다. 그러나 미군은 작전 초기에 이미 피해율이 40%에 도달한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오늘 문 대통령에 보고한 내용은 국방개혁 2.0의 기본 방향으로, 이같은 보도내용이 포함되거나 언급되지 않았다"며 "입체 기동 작전이라는 용어는 육·해·공군 전력을 통합해 합동성을 발휘하겠다는 기본 개념을 의미할 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도 "입체 기동 작전 개념은 육·해·공군 합동작전을 의미하며 향후 전력 소요 도출의 기준이 되는 개념이다. 평양 점령이나 공세 등의 용어는 국방개혁에서 제외된 용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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