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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으로서 카메라 앞에 선 배우 박중훈 “인간 노회찬을 기리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6일 인터뷰하는 배우 박중훈. [사진 JTBC]

26일 인터뷰하는 배우 박중훈. [사진 JTBC]

26일 오후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추모제에 배우 박중훈씨가 참석했다. 많은 팬이 있는 그도 이날만큼은 팬으로서 카메라 앞에 섰다고 했다.

박씨는 이날 JTBC와 인터뷰에서 “노 의원을 유권자와 팬으로서 지인의 소개로 14년 동안 절친하게 지내왔다”며 “노 의원이 해준 ‘말보다 글을 더 중시하고 글보다는 행동하는 사람을 중시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겨울에 굴국밥을 먹으러 다니던 시간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추모객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 것 같냐’는 질문에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이유는 평소 노 의원이 갖지 못한 자, 약한 자, 손에 쥐지 않은 자 그리고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투명인간을 위해 한평생 헌신을 해왔던 그런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이유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한 인간 노회찬을 기리는 추모행렬이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박씨는 ‘노 의원을 추모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는 “한 사람이 자기 신념을 위해 평생을 변하지 않고 초지일관 더러는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신념을 끝까지 지킨 인간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보내주길 지지자이자 지인으로서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26일 인터뷰하는 배우 박중훈. [사진 JTBC]

26일 인터뷰하는 배우 박중훈. [사진 JTBC]

박씨와 인터뷰를 진행한 손석희 JTBC 앵커는 “오랜만의 인터뷰였는데 추모식장에서의 인터뷰가 됐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4년 이금희 전 KBS 아나운서가 노 의원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 전 아나운서에게 먼저 연락해 “노 의원을 소개해달라. 만나보고 싶다”고 부탁했다.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26일 저녁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추모제에 영화배우 박중훈이 참석해 심상정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저녁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추모제에 영화배우 박중훈이 참석해 심상정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읽은 박씨는 노 의원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추도사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모든 사람과 함께 진심으로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박중훈씨 추도사

저는 노회찬 의원님을 유권자이자 팬으로 알았습니다. 14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알았습니다. 형님, 아우하면서 서로 잘 지냈어요.

평소에 의원님이 해주신 말씀이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행동을 잘하는 사람을 더 인정하고 존경하고, 말잘하는 사람보다는 글 잘쓰는 사람을 더 인정하고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사람은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저에게 일러주셨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제가 노회찬 의원님을 따르고 형님으로 존경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성향이나 생각을 떠나서 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고, 초지일관 일생을 던져서였습니다. 수년 전 같이 선거운동을 하다 너무 과로하시는 것 같아 ‘형님 좀 쉬시죠, 쉬시고 하시죠’ 했더니 그 와중에도 웃으시면서 ‘아우, 휴대폰 배터리가 다 방전된 다음에 충전하는 걸세. 나는 유권자 여러분에게 내 휴대폰 배터리를 모두 쓰고싶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거에서 승리하신 적도 많았지만 누가봐도 되지도 않을, 이기지 않을 선거에서 만나서 말씀 드리면 ‘아우, 나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진적이 없다네.’ 근데 진 적 많았거든요.

얼마전 가장 최근에 뵌 것이 1월, 지인과 함께 소주 한잔 했습니다. 그때 제가 웃으면서 우스갯소리로 ‘형님 왜이렇게 잘 생기시고 멋있어요’ 했더니 껄껄 웃으시면서 농담으로 받아주시며 ‘내가 원래 멋있고 잘생겼어’ 하시면서 여유롭게 웃어넘기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것이 마지막으로 뵌 모습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이렇게 여유롭게 농담을 던지지만, 혼자서 외롭고 힘든시간을 보내셨다 생각하니 마음이 메입니다. 제가 형님에게 문자를 보낸적이 있어요. 길지 않은 문자였는데 ‘형님 오랜만입니다. 전 형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마지막으로 형님께 한 말씀 드리고 인사드리겠습니다. 형님 저 중훈이에요. 듣고 계시죠? 이제 겨울에 뜨거운 굴국밥 누구랑 먹습니까? 형님 그리워요. 더 절망스러운건 이 그리움이 점점 더 커질것같아요. 형님 이러시면 안돼죠.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이자리 모든 사람과 함께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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