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송도원 종합식료공장과 원산 영예(상이)군인 가방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4일 강원도 양묘장 방문과 25일 인민군 525호 식품 공장 시찰에 이어 사흘째 주민 생활과 직결된 일정을 전했다.
26일 일정엔 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도 동행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이설주를 ‘동지’라고 호칭했다. 북한은 지난 2월8일 건군절 열병식 때부터 이설주에게 ‘여사’라는 표현을 썼다. ‘여사’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모인 강반석, 부인인 김정숙 등에게만 사용했던 호칭이다. 26일 이전 이설주가 마지막으로 활동을 공개했던 건 이달 1일 신의주 화장품 공장 방문인데, 당시 북한 매체들은 ‘이설주 여사’라는 호칭을 택했다.
북한 매체들은 보도하는 인물의 호칭과 직급, 호명 순서에는 모두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설주에 대해 ‘여사’에서 ‘동지’라고 호칭을 변경한 배경이 주목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이설주에 대해 ‘여사’라는 존칭을 쓰는 것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녹아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여사’라는 호칭이 등장한 뒤,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일부 매체들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나이도 어리고 사회적 활동도 별로 없는 이설주에게 ‘여사’라는 호칭을 붙이자 (북한) 주민들이 반발하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2월 ‘여사’ 호칭을 깜짝 등장시킨 것은 3월부터 세 차례 이어진 북ㆍ중 정상회담과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정상국가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영부인의 개념으로 ‘여사’라는 호칭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후 ‘이설주 여사’라는 호칭을 공식적으로 써왔다. 김 위원장이 정상외교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북한 당국이 내부의 기류를 의식해 ‘여사’ 대신 ‘동지’라는 표현을 썼다는 주장도 일각에선 나온다.
다른 해석도 있다. 이설주에게 ‘동지’라는 표현을 쓴 것은 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 당국에서 이설주에게 모종의 역할을 부여했기에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부인으로서 이설주가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당 또는 관에서 모종의 역할과 직책을 맡았기에 ‘동지’라는 호칭을 썼을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화장품 공장에 이어 26일 식료품ㆍ가방 공장 등, 민생에 관련한 역할을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이설주는 평상복 차림으로 주로 등장했던 예전 활동과는 달리 김 위원장과 같이 흰색 위생가운을 입고 상품을 살펴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정치와 외교, 부인 이설주는 민생으로 역할 분담을 선명히 하는 절차가 있었을 수 있다”며 “‘동지’라는 호칭도 이설주의 역할을 강화하는 면에서 쓰였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