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조리』가 범죄부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병든 토양에서 범죄는 싹튼다」 -.
최근 서울 시민들을 불안과 공포속에 떨게했던 강력범 미결수들의 집단탈주극이나 가정파괴 강도범들은 우리사회에 많은 문제점을 던지고 있다.
정신의학자 등 범죄심리관계 전문가들은 주범 지강헌 등이 끝내 삶을 내팽개치는 극한 상황을 택한 것이나 범죄가 날로 흉포·잔인화해가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모두 사회의 병리현상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또 도시화·산업화와 물질만능주의 등으로 징신과 신경이 불안한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있다는 것.
중앙대의대 신경정신과 이길홍 교수는 개인이 기대하는 바와, 현실의 「원망격차」가 심할 때 생기는 욕구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면 노이로제에 빠지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범죄는「자기억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복잡한 현대사회의 특성때문에 청소년과 성인들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공격적·파괴적으로 감정을 폭발함으로써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현대인의 정서불안증은 일반 직장에도 많아 성실·화목·부드러운 인간관계보다는 전투적·시기심·중상모략이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주의로 병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 청소년은 약1천만명. 이중 약 35%가 근로집단으로 가장 많고 이어 △학생집단 (약30%) △직업훈련자 및 군복무자(약13%)이며, 나머지 약 22%는 소속이 없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인생관을 심어주고 자기억제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다양한 청소년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천이 시급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한탕주의·물질만능주의·무분별한 성개방 풍조 및 쾌락추구 등 기성세대들이 갖고 있는 그릇된 생활태도가 바로잡혀야 할 것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화여대 황응연 교수(교육심리학과) 는 청소년들의 비행은 가치혼란 및 갈등과 감각적이고 오락적인 대중문화의 전파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는 너무 다른 사회의 부조리와 부의 불균형 등이 한창 자아를 형성해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며 쾌락과 퇴폐위주의 비디오·영화·만화·TV등 오락물은 청소년들을 그릇되게 할 우려가 높다는 것.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비행과 범죄의 책임이 가정과 사회·학교 모두에 있다고 말한다.
비행청소년의 발생에 따른 책임의 귀속을 연구한 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의 책임이 43%로 가장 크며 사회(40%)와 학교 및 기타(17%) 의 순.
전문가들은 지난 82년에는 결손가정 출신자녀가 청소년범죄의 78·7%를 차지했으나 87년에는 그 비율이 14·4%로 감소하고 문제청소년의 약 80%가 오히려 정상가정 출신이라는 통계를 들어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정은 「식불언」이라고 해서 식사할 때 대화하는 것을 꺼리는 전통문화의 잔재로 대화문화에 익숙지 못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부부의 증가 등에 따른 가정교육의 부실화를 비롯, △방임·과잉보호 및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 △대화 없는 명령 위주의 분위기 △빈곤 및 결손가정 등이 청소년비행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김영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