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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꿈꿨는데 올라온 건 납덩어리였다···보물선 잔혹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돈스코이호와 같은 '보물선 소동'은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대형 선박의 침몰 기록뒤에는 늘 "엄청난 양의 보물이 실려 있다"는 소문이 뒤따랐고, 일확천금을 노린 선박인양업체의 보물 탐사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문 속에 등장하는 '금괴와 보석' 등 세계를 놀라게 할 보물은 발견된 적 없다.

나히모프호, 발견된 금괴 '납'으로 드러나 #퀸앤즈리벤지호, 환상으로 끝난 '보물 해적선' #산호세호, 소유권 분쟁으로 인양 잠정 중단 #신안선, 역사적 문화재 대거 발굴은 '뜻밖의 성공'

나히모프호

돈스코이호와 가장 비슷한 선박이 바로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공격을 받고 침몰했던 또 하나의 러시아 장갑순양함 '나히모프호'다. 나히모프호는 돈스코이호와 같이 러시아 제2태평양함대 소속으로 1905년 러일전쟁 중 침몰했다. 나히모프호에는 군자금과 일본 정벌 후 쓸 자금으로 많은 양의 금괴가 실려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보물선으로 지목됐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 군함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나히모프호. [사진 위키피디아]

러일전쟁 당시 일본 군함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나히모프호. [사진 위키피디아]

1979년 이 소문을 믿은 사사가와 료이치 일본선박진흥회 회장이 탐사에 나섰고, 18일 만에 보물을 찾았다고 발표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발표 이후 당시 선박 소유주였던 러시아가 보물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며 러·일간 외교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금괴로 발표됐던 선박 속 보물은 정밀검증 결과 금괴가 아닌 납덩어리로 밝혀졌다. 선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쓰인 납이 금괴로 오인된 것이다. 이후 선박 인근에 흩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에 대한 추가 인양을 시도했지만, 일부 식기류와 대포 등이 발견됐을 뿐 보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히모프호 스캔들은 허무하게 해프닝으로 끝났다.

퀸앤즈리벤지호

퀸앤즈리벤지호(Queen Anne's Revenge·앤여왕의 복수호)는 1710년대 영국 브리스틀에서 제작됐으며, 이후 영국의 악명높은 해적 ‘블랙비어드(Black Beard·검은 수염)’에 의해 피랍됐다. 이후 블랙비어드의 해적선으로 운영되며 해적질을 통해 빼앗은 어마어마한 양의 재물을 실은 채 카리브 제도와 미주 동부 해안을 오갔다. 그러던 중 1718년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인근 해역에서 암초에 부딪혀 난파하고 말았다.

퀸앤즈리벤지호에서 선체 일부가 인양되고 있다. [AP]

퀸앤즈리벤지호에서 선체 일부가 인양되고 있다. [AP]

퀸앤즈리벤지호는 그렇게 엄청난 양의 보물과 함께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그러나 1996년 노스캐롤라이나 인근 해역에서 난파된 선박 일부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보물 해적선'에 대한 희망이 다시 떠올랐다. 그로부터 무려 15년간의 연구 끝에 해당 선박이 역사 속에 등장하는 블랙비어드의 해적선임이 확인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퀸앤즈리벤지호에서는 각종 무기와 대포, 의료용 장비 등이 발견됐을 뿐 보물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퀸앤즈리벤지호의 전설은 환상으로 끝나버렸다. 발견된 일부 유물들은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해양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산호세호   

현재 인양이 진행 중인 전설의 보물선도 존재한다. 바로 1708년 침몰한 스페인의 범선 ‘산호세호’다. 산호세호는 스페인의 펠리페 5세 소유로 당시 신대륙에서 10조 원 이상의 보물을 싣고 본국으로 가던 중 영국 해군의 공격을 받아 콜롬비아 카리브해 영해에서 침몰했다고 알려져 있다 산호세호에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페루·볼리비아 광산에서 채굴한 각종 금과 은, 귀중품 등이 실려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보물선 ‘산호세호’가 1708년 영국 전함과 교전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 18세기 영국 화가 새뮤얼 스콧의 작품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스페인 보물선 ‘산호세호’가 1708년 영국 전함과 교전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 18세기 영국 화가 새뮤얼 스콧의 작품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이후 1981년 미국의 인양기업 시서치아르마다(SSA)가 산호세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발견자인 SSA와 선박의 소유주였던 스페인 정부, 선박이 침몰한 콜롬비아 정부가 각각 산호세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콜롬비아는 자국 영해에서 침몰한 선박을 국가유산으로 규정하고 선박 인양을 추진했지만, 선박의 위치 및 보물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면서 현재 잠시 인양을 중단한 상태다.

신안 보물선

의외로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침몰 선박이 우연히 발견되면서 역사적 보물선으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는데, 바로 우리나라 해역에서 발견된 원나라 시대의 보물선 '신안선'이다. 신안해저선에 대한 발굴은 1975년 8월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 올라온 도자기 6점에서 비롯됐다. 이 도자기들은 중국 원나라 때 만들어진 청자였고, 발굴을 시작한 문화재청이 바다속에서 침몰한 원나라 무역선을 발견했다. 9년에 걸친 인양 작업 끝에 배와 힘께 실려 있었던 2만4000여 점의 문화재가 발굴됐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신안해저선에서 발견된 중국 원나라 시대의 목간(木簡).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신안해저선에서 발견된 중국 원나라 시대의 목간(木簡).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또 시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편년 자료인 목간이 출토됐고, 다량의 동전도 발견됐다. 금괴나 보석 등의 보물은 아니었지만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과 문화재가 대거 발견되면서 신안해저선 발굴은 역사적이며 성공적인 보물선 인양으로 평가되고 있다.

650년 전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선 '신안해저선'의 선체 일부가 인양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650년 전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선 '신안해저선'의 선체 일부가 인양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여경훈 정보검색사 yeo.kyou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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