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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부 예측 훌쩍 넘긴 전력 사용 … 원전 없이 감당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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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전력 공급이 불안하다. 어제 최대 전력 사용량은 9040만㎾로 전날의 사상 최고 기록(9248만㎾)을 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달 초 발표한 최대 예측 수요 8830만㎾를 한참 초과한 수치다. 정부가 안정적 전력 수급 기준으로 삼았던 예비전력 1000만㎾, 예비율 11%는 진즉에 깨졌다. 국민의 불안감은 실제 수요가 정부 예측을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이유를 유례없는 무더위에 돌리고 있다. 하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끊겼다가는 난리가 날 전기·가스 등은 절대로 부족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넉넉하게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게 상식이다.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려고 전력 수요를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3년 전에 만든 7차 계획에 대해 “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개 절차가 미흡해 환경·시민단체, 에너지 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말을 하는 정부가 원자력 정책에서 다양하게 소통하고 국민 의견을 반영하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기습 이사회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뚝딱 결정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전력 수급 불안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탈(脫)원전 방어’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폭염 때문에 원전 가동을 늘렸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왜곡’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박했다. 언론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원전 없이 전력 불안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적정 예비율 축소 필요성을 거론했다. 지난 1년 동안 여름철 피크에도 12% 이상의 예비율을 확보하던 수급 대응 기조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비현실적인 전력 수급 계획을 다시 짜고, 탈원전에 대한 국민 의견을 공론에 부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