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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댐 사고 사망자 수십 명 넘을 듯…'동남아 배터리' 계획 위험이 현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오스 댐 붕괴 사고의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사망자 수십명, 실종 수백명" 보도 #한국, 구조대 30명 파견, 26일 선발대 출발 #베트남·태국·싱가포르도 "구조 지원하겠다" #메콩강 유역에만 46개 발전소..환경단체 경고

로이터 통신은 23일 저녁 발생한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 세피안-세남노이댐의 보조댐 붕괴 사고로 지금까지 수십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오스 댐 붕괴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라오스 댐 붕괴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베트남의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 재난대응수색구조위원회 집계를 인용, 댐 붕괴로 최소 70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라오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아직 정확한 집계가 없지만, 수십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23일 오후 8시쯤(현지시간) SK건설이 공사 중인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보조댐 중 일부가 무너져 50억㎥의 물이 인근 마을로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하류부 12개 마을 중 7개 마을이 침수됐다. 이로 인해 현재 1300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약 6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라오스 정부는 24일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군과 경찰, 구조대 등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건설도 현지에 인력과 헬기, 보트, 의료장비 등을 제공했다.

현재 댐의 수위는 점차 낮아져 추가 피해 가능성은 작지만, 구조 환경은 좋지 않은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라오스 구조 당국 관계자는 “구조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도로 및 교량의 손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옥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3일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 일부가 폭우로 무너져 인근 7개 마을이 물에 잠겼다. [신화=연합뉴스]

23일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 일부가 폭우로 무너져 인근 7개 마을이 물에 잠겼다. [신화=연합뉴스]

이에 따라 구조를 위한 국제 공조도 진행 중이다. 인접국 베트남 정부는 라오스에 구조·구호 지원 의사를 밝히고, 군부대에 준비를 지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24일 희생자 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며 유엔이 구조 작업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치앙라이 동굴에 고립된 소년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라오스의 도움을 받았던 태국은 구조 전문가를 사고 현장으로 파견할 계획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24일 페이스북에 “싱가포르는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글을 올렸다.

한국 정부도 25일 긴급구호대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라오스에 파견하기로 하고, 우선 선발대 7명을 26일 현지에 보낸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대책을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사고 대응을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가졌다.

한국 구조팀은 소방청을 중심으로 30명 내외로 하되 라오스 정부와의 사전협의와 민관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의 세부 논의 등을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인성 질병 및 전염병 예방을 위한 의료팀도 함께 파견하기로 했다.

‘동남아 배터리 계획’의 위험이 현실로 

한편 이번 사고는 그동안 메콩강 유역에 많은 수력발전소를 지어 주변 국가에 전기를 수출하겠다는 라오스 정부의 이른바 ‘동남아 배터리 계획’의 위험성이 현실화 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특별한 수출 상품이 없는 라오스는 동남아시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메콩강에 모두 46개의 수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이 발전소들에서 생산된 전력의 3분의 2가 인근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는 라오스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라오스의 주요 수력발전소 현황 [아시아 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라오스의 주요 수력발전소 현황 [아시아 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라오스 정부는 2020년까지 54개의 수력발전소를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번에 사고가 난 세피안-세남노이댐도 그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라오스의 전력 생산량은 현재의 2배인 2만8000메가와트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하나의 강 줄기에 지나치게 많은 수력발전소를 짓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환경 전문가들은 난개발에 따른 생태계 훼손은 물론, 댐 붕괴 사고로 인한 하류 지역의 홍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국제 환경단체 인터내셔널 리버의 마우린 해리스는 BBC에 “이번 세피안-세남노이 보조댐 사고는 라오스 정부의 댐 건설과 관리 계획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다른 댐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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