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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업체, 문 잠그고 전화 끊은 채 "내일 회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일전쟁 당시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인근 해저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이 26일 오전 10시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신일그룹 산하 신일골드코인 국제거래소는 홈페이지 배너에 돈스코이호를 '영국의 사브린 금화 5346만 달러를 싣고 가다 가라 앉은 150조원 보물선'으로 소개하고 있다.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메인 화면에 배너로 띄워진 돈스코이호 사진과 홍보내용.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 캡쳐]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메인 화면에 배너로 띄워진 돈스코이호 사진과 홍보내용.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 캡쳐]

 이들은 “돈스코이호의 실체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자세히 밝히고자 한다”고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26일 기자간담회 한다지만 연락 닿지 않아 

7월 23일 서울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골드코인' 본사 문이 닫혀 있다. 김정연 기자

7월 23일 서울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골드코인' 본사 문이 닫혀 있다. 김정연 기자

 그러나 25일 현재 신일그룹과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신일그룹 사무실은 23일부터 문이 잠겨 있다. 문 앞에는 ‘당사는 신규 프로젝트 준비로 7/23~7/30까지 전사 워크숍을 갖습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7월 23일 '신일골드코인' 공항동 본사에 붙어 있는 안내문. 김정연 기자

7월 23일 '신일골드코인' 공항동 본사에 붙어 있는 안내문. 김정연 기자

같은 건물에 입주한 회사 직원 최모(51)씨는 신일그룹에 대해 “5월 말~6월 초에 입주해 정상근무하다가, ‘보물선’ 기사 나간 이후 취재진이 몰리자 출근 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업식에서 돈 관련 강의 같은 걸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신일그룹 대표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응답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메시지가 뜨고, ‘신일골드코인’ 앱으로만 확인 가능한 ‘지사장‧본부장‧팀장‧센터장‧자문위원’ 연락처로도 접촉을 시도했으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단순한 보물선 인양 회사 아니라 암호화폐 회사 

신일그룹은 단순한 보물선 발굴회사가 아니라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하려는 곳이다. 문제는 한국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ICO)을 금지한 상태라는 점이다. 다만 해외에서 발행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은 가능하다. 신일그룹 국제거래소 홈페이지도 비트코인 등을 거래하는 시세판 형태가 나타나 있다. 다만 아직 거래는 되지 않는다.

신일골드코인 홈페이지 캡쳐.

신일골드코인 홈페이지 캡쳐.

24일 신일그룹은 기존에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던 공지사항을 모두 삭제한 뒤 새로운 공지사항 두 건을 게시했다. 그 중 하나는 ‘23~24일에 걸쳐 300만 SGC(신일골드코인)을 1코인 당 200원→120원으로 할인해 판다’는 내용이지만 24일 오전 9시가 넘어 게시됐다. 이 회사는 16일에도 ‘16일~20일까지 700만 신일골드코인(SGC)을 할인판매한다’고 공지했다.

24일 오후 3시에는 ‘보물선 돈스코이호와 관계없이 신일골드코인을 예정보다 앞당겨 상장하겠다, 걱정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직무에 충실하라’는 요지의 공지가 재차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25일 현재 ‘신일골드코인을 앞당겨 상장한다’는 마지막 공지글 외에는 모든 글이 삭제된 상태다.
다만 상공회의소 측에 확인한 결과 신일그룹이 26일 오전 상의 회의실을 예약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4일 바뀐 신일골드코인 대표 카카오톡 계정의 프로필. 김정연 기자

24일 바뀐 신일골드코인 대표 카카오톡 계정의 프로필. 김정연 기자

금감원은 보물선 테마주 조사중 

신일그룹 류상미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제강에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일제강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신일그룹 관련 피해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도 제일제강 주식을 구입한 투자자가 다수 포함돼있다. 현재 금감원은 5월부터 제일제강의 거래량이 급증한 점에 주목해, 보물선 테마주와 관련한 불공정거래여부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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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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