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 ICBM 실험장 해체 … 미국에 종전선언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한이 정전협정 기념일인 27일을 앞두고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부 소식통은 24일 “지난 20일 동창리 시설에 인력이 모이며 분주해지는 조짐이 나타났다”며 “22일엔 발사대의 대형 크레인 등 일부 시설을 부분 해체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징조이고 비핵화를 위해 차곡차곡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동창리 시험장은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쓰이는 이른바 ‘백두산 엔진’을 개발한 곳이다. 북한은 2012년 이곳에서 인공위성 발사로 위장해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시험발사했다.

김정은, 트럼프에 약속한 카드 #7·27 정전기념일 앞두고 실행 #미국 “비핵화해야 평화협정” #3개 부처 ‘대북제재 주의보’ 발동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23일(현지시간) 동창리 시험장 내 주요 구조물의 해체가 시작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인 조셉 버뮤데즈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지난 20~22일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궤도식 구조물 및 액체연료 엔진 개발을 위한 로켓엔진 시험대의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해체는 2주일 정도 전에 시작된 듯하다”며 “20일 사진에선 부분적으로 해체됐던 시험대가 22일의 촬영 사진에선 완전하게 해체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위성사진을 보면 숲속에 둘러싸인 발사 시설에 복수의 구조물이 흩어져 있으며, 그 일부에서 해체가 시작된 모습이 드러난다. 38노스 공동 설립자인 조엘 위트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ICBM 개발 위장용으로 의심받는 우주발사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동창리 시험장의 폐기를 정전협정일에 맞춰 꺼내 든 것은 북한이 주장해 온 종전선언을 수용하고 평화협정에 나서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CNN은 “북한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화답’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향후 미·북 협상은 미국이 ‘과감한 조치’,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에 동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미국 정부는 그러나 평화협정은 비핵화 이후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중앙일보 문의에 “이미 밝힌 대로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했을 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평화체제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38노스가 동창리 실험장 철거 징후를 보도한 이날 미국 정부는 국무부·재무부·국토안보부 등 3개 부처 합동으로 ‘북한 제재 및 단속 조치 주의보’를 발동했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합동 주의보는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북한과 무역으로 엮이거나 북한 노동자 송출 등에 연루될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라 제재를 받는다고 경고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