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굴리며 입으로 짐 옮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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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장>
○…육상의 손 훈 선수(19·대구남양학교)가 20일 열린 뇌성마비 8등급 2백m에서 금메달을 따내 백민애 선수(21)에 이어 육상 2관 왕의 영광을 차지.
손 선수는 4백m 이어달리기와 멀리뛰기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손 선수의 인내심과 주의력이 남다르기 때문에 4관 왕도 내다볼 수 있다고 은근히 기대.
○…경기운영본부 측의 실수로 금메달을 반납했던 「보람이 엄마」 조현희 선수(31)는 20일 휠체어 장애물경기에 출전했으나 일본에 이어 아깝게 은메달.
조 선수는 경기 후 『조금만 연습했으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것』이라며 아쉬운 표정이었는데 일본측은 경기규칙을 이미 알고 있어 그에 맞춰 맹렬한 훈련을 했다는 후문.
조 선수의 딸 보람양(6)은 이날도 낙담한 엄마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며 위로해 주위사람들을 가슴 뭉클하게 하기도.
○…20일 오전10시40분쯤 대통령 부인 김옥숙씨가 잠실 주 경기장을 불시에 찾아와 10분간 경기를 관전하며 관계자들을 격려.
김씨는 사전 연락 없이 방문,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는데 안내방송도 없어 관중들도 김씨의 방문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서울장애자올림픽조직위와 IOC는 이번 대회 남녀우수선수 4명을 황년대상 수상자로 선정, 24일 선수촌 송별식 때 시상식을 갖고 부상으로 순금 10돈쭝짜리 금메달을 주기로 결정.
○…이번 대회에 참가한 외국선수와 임원 등은 보치아와 스누커 경기가 열린 서울 구의동 정립회관체육관의 규모와 시설에 대해 감탄을 연발.
콜롬비아 팀 수행의사 「노만·노드리게」씨(51)는 『장애자체육기관에 종사하면서 선진 각 국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이만한 장애자시설은 드물었다』며 .『특히 엘리베이터버튼에 맹인을 위한 점자가 찍혀있는 것이 인상깊었다』고 칭찬.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20일 오전 서울장애자올림픽조직위를 방문, 고귀남 위원 등 관계자를 격려.

<선수촌>
○…선수촌 국제센터 1층 전화국의 국제전화 이용이 날이 갈수록 늘어 장애 선수들의 향수를 엿보게 했다.
19일 오후6시쯤 저녁식사를 하러 나온 호주 수영선수 「후겔트」씨(25)는 무려 51분간 10만 8천 원의 요금을 물고 어머니에게 국제전화를 했는데 통화도중 갑자기 『보고싶다』는 말과 함께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려 전화국 직원들의 콧등을 시큰케 하기도.
○…선수촌의 휠체어선수들은 양손으로 바퀴를 굴려 이동하기 때문에 휠체어 뒤에 조그마한 가방을 매달고 다니며 작은 짐 등을 옮기는데 또 다른 짐이 있을 경우 입으로 짐을 물고 다니는 진풍경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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