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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화려한 인맥에 '친노' 김병준 인사 반발 잠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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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단행한 첫 번째 당직 인선을 보면 특징이 하나 있다. 유임된 윤영석 대변인을 제외하곤 모두 김 위원장과 인연이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인선 기준으로 “저와 생각이 비슷한 분, 대화가 잘 될 수 있는 분”을 강조하곤 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중앙포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중앙포토]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서울 양천을, 3선)은 올해 초 2기 혁신위를 이끌며 김 위원장과 가까워졌다. 당시 김 사무총장이 발표한 당 혁신안의 주요 골자가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개입 최소화, 국회의원 특권 전면폐지 등이었고 이는 김 위원장의 철학과 거의 데칼코마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심포지엄에 참석해 강연하는 모습. 왼쪽은 당시 혁신위원장이었던 김용태 의원. [중앙포토]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심포지엄에 참석해 강연하는 모습. 왼쪽은 당시 혁신위원장이었던 김용태 의원. [중앙포토]

김 위원장은 김 사무총장에 대해 “저와 여러 정치적 언어가 닮았고 생각이 같다”며 “제가 가진 기본적 방향이나 철학에 맞춰서 당 조직을 제일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맡게 된 김선동 의원(서울 도봉을, 재선), 당 대표 비서실장에 임명된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을, 재선)과도 과거부터 김 위원장과 보수 개혁을 주제로 대화를 많이 나눈 사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의 고향, 출신학교, 이력 등을 중심으로 한 당 내 인맥은 이들 외에도 꽤 많다. 김 위원장은 1954년 경북 고령 출생으로 영남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였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정책자문단장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무분과 간사를 맡았고,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주호영 의원. [중앙포토]

주호영 의원. [중앙포토]

4선의 주호영 한국당 의원(대구 수성을)은 김 위원장의 대구 경상중, 영남대 법정대학 후배다. 주 의원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문 모임이나 비공식적인 소모임 등에서 종종 만났던 사이”라며 “정치 세계를 밖에서 관찰할 때랑 들어와서 볼 때는 다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사심 없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서 방향을 잡는다면 실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노무현 정부 교육부총리로 내정됐을 때 주 의원은 국회 청문위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영남대 동문끼리 ‘창과 방패’가 되어 만났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 의원은 “동문으로부터 ‘좀 살살하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할 말은 다 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동향인 고령 출신으로는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 재선)이 있다.

김광림 의원.[중앙포토]

김광림 의원.[중앙포토]

김광림 의원(경북 안동, 3선)은 영남대 경제학과로 김 위원장의 대학 선배다. 김 위원장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일 때, 김광림 의원은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다. 김광림 의원은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경북지사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2006년 당시 대학 후배인 김병준 정책실장이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북지사 선거에 출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명재 의원.

박명재 의원.

박명재 한국당 의원(경북 포항 남-울릉, 재선)은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김 위원장과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시절 김 위원장을 알게 됐다”며 “노무현 정부의 최대 과제가 정부 혁신이었는데 제가 행자부 장관 시절 그 업무를 총괄하면서 당시 정책실장이던 김 위원장과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이 조정 능력과 정책 능력이 있고, 조직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비대위를 잘 이끌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염동열 의원. [중앙포토]

염동열 의원. [중앙포토]

염동열 한국당 의원(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재선)은 15년 전 지인의 소개로 김 위원장과 알고 지내왔다. 염 의원이 국민대 행정학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가 김 위원장이었다. 염 의원은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한 이유를 주변에 자주 얘기했고, 어느 정도 의원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염 의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 정도면 적대적 정책이 아니라 국가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조정할 수 있는 분이라고 느꼈다”며 “당의 재건을 위한 다양한 설계도와 디자인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 [중앙포토]

김태흠 의원. [중앙포토]

김태흠 한국당 의원(충남 보령-서천, 재선)과의 인연도 흥미롭다. 김태흠 의원은 대선 직후 홍준표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위협할 카드로 김 위원장을 내세우려 했다. 김태흠 의원은 김 위원장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따로 자리를 마련해 몇 차례 접촉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았고, 이후 홍 전 대표와 김태흠 당시 최고위원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 제의도 받았지만 거절했다. 김태흠 의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당의 노선과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가고 있고, 당 재건을 위한 우선순위도 잘 정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희ㆍ김준영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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