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척추동물만 흡혈한다고?…거머리 피도 빨아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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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이 촬영한 모기의 흡혈 장면. 모기가 민물 거머리의 등에 올리 피를 빨고 있다. 모기의 환형동물 흡혈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플로리다대]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이 촬영한 모기의 흡혈 장면. 모기가 민물 거머리의 등에 올리 피를 빨고 있다. 모기의 환형동물 흡혈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플로리다대]

“앵앵.”

무척추동물 흡혈하는 모기 첫 발견 #미 플로리다대 연구팀, 기존 학설 깨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 연구 새 전기"

여름철이면 잠자리를 설치가 만드는 주범인 모기.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는 인류를 위협하는 해충 1위에 꼽힐 정도다. 모기는 세계적으로 3500종이 있는데 국내엔 56종이 활동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사람에게 미치는 해악도 커 과학자들도 모기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도 모기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척추동물이 아닌 지렁이와 거머리 등 무척추동물의 피를 빠는 모기를 최근 발견했다. 모기가 사람이나 소 등 척추동물의 피를 빨아 활동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기존 학설이 깨진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지난 16일 발표됐다.

로런스 리비스 플로리다대 연구원은 “현장 확인을 통해 거머리 등을 흡혈하고 있는 모기를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된 모기의 학명은 우라노태니아 사피리아나(Uranotaeniasapphirina)다. 이들은 민물에 사는 거머리와 지렁이 등 무척추동물로 분류되는 환형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진행됐다.

연구팀이 현장 확인과 사진 촬영에 그쳤다면 과학 저널에 실리긴 어려웠을 것. 사실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운영되는 과학 저널은 없다. 이들은 미 플로리다주 4곳에서 채집한 모기에서 흡혈한 피를 분리해 유전자 검사에 나섰다. 그 결과 모기가 흡혈한 피에서 거머리 등 환형동물의 유전자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개구리의 피를 빠는 모기까진 확인했지만, 거머리와 지렁이 등 무척추동물을 흡혈하는 모기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기가 흡혈하는 새로운 종이 발견된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새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사람 등 척추동물이 내쉬는 날숨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통해 모기가 흡혈 대상을 확인하고 있다는 게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에 대한 연구도 새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등 모기가 옮기는 다양한 질병에 대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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