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 현대중공업 공방 2라운드 "백기사라면 지분 팔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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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전인백 기획총괄본부 사장이 2일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매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정몽준 의원(무소속)의 현대중공업그룹에 현대상선 지분 10%를 되팔 것을 공개 요구했다. 전인백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장(사장)은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공업측과 만나 '백기사'임을 입증해 보이라고 하겠다"고 한 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 요구를 거부했다.

전 사장은 2일 서울 적선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마련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전 협의 없이 현대상선 지분을 대량 매입한 것은 명백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어 "중공업그룹이 백기사라면 취득 지분 26.68% 중 10%를 우리 그룹에 즉시 매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공업이 상선 지분을 16.68%만 가져도 현대그룹 계열사 보유분과 우호지분 등으로 확보한 35%를 더해 50%가 넘기 때문에 제3자의 적대적 M&A 위험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공업그룹이 10%를 처분하면 현대엘리베이터(17.16%)가 상선의 최대주주가 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와 협의를 한다면 지분 10%를 우리 아닌 제3자에게 파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전격 매입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이날 자사 주식 인수가를 제시하지 않았다. 전 사장은 "중공업그룹이 처분했으면 하는 10%는 상선 이외의 계열사가 사들일 것이어서 상선을 주축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우리의 계획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또 중공업그룹 쪽에 추가로 상선 지분을 매입하지 않는 등 현대그룹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를 즉각 중단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공업그룹은'현대상선의 제안에 대하여'라는 보도자료에서 "주주가치 극대화 원칙에 따라 불과 며칠 전 결정한 투자를 바꿀 수 없다"고 제의를 거부했다. 중공업그룹은 이어"누차 밝혔듯이 상선을 M&A하거나 경영권을 행사할 뜻이 없다"며"주주에 이익이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지분을 팔 것을 검토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제의를 중공업그룹이 거부한 것은 백기사가 아닌 상선 M&A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혁주.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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