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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스러운 옥탑방 한달···"권력의지 매우 강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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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 정책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 정책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6·13 지방선거 때 ‘로키(low-key·요란하지 않은)’ 전략을 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등 경쟁자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실수를 해서 자멸하지 않는 이상 승리는 떼어놓은 당상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무난하게 3선 연임에 성공한 박 시장은 최근 부쩍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서 지난 17일과 18일 연이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자신의 주장을 폈다. 박 시장은 “을과 을의 눈물겨운 싸움 앞에 정치권, 자영업자, 노동계 모두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가장 큰 책임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는 아무런 말이 없다. 갑의 침묵”이라고 썼다. 그러고는 “(가맹 본사 등은) 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느냐. 왜 어떤 책임도 지려하지 않느냐”고 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으로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그가 자신의 색깔을 내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자영업자가 절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라며 “가맹 본사와 점주 등의 문제 등은 서울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여서 정치권에 호소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한 달 동안 일할 예정인 서울 삼양동 임시 집무실 [중앙포토, 임선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한 달 동안 일할 예정인 서울 삼양동 임시 집무실 [중앙포토, 임선영 기자]

박 시장은 22일부터 한 달 간은 서울 삼양동의 옥탑방에서 시장 집무를 본다. 낡은 주택이 밀집한 대표적인 동네에 ‘현장 시장실’을 만들어 지방선거 때 공약했던 강북과 강남의 균형발전을 위해 직접 힘을 쓰겠다는 취지다.

‘열돔 현상’이 덮친 한여름의 서울에 시내 중심가의 시청을 떠나 9평 남짓의 현장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박원순스럽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만나 양보를 얻어냈을 때 박 시장이 신었던 낡은 구두의 모습과 묘하게 겹치는 모습이기도 하다.

2011년 9월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만나던 박원순 서울시장 [중앙포토]

2011년 9월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만나던 박원순 서울시장 [중앙포토]

‘서민 이미지’만 강조하고 있는 게 아니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고 했다.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각각 청계천과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했던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에 비해 박 시장에게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그런 측면에서 일각에선 “여의도 개발을 박 시장의 대표 상품으로 만드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선거 때보다 오히려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박 시장의 모습은 설왕설래를 낳고 있다. 그 중엔 “4년 뒤 대선을 내다보는 몸풀기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물론 서울시 관계자는 “민생에 집중하는 것이지 대선을 위해 뭘 기획하고 그러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문재인 정부가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넘었는데 차기 준비를 한다는 해석은 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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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시장 주변에선 박 시장이 ‘큰 꿈’을 꾸고 있다는 데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박 시장 주변에선 박 시장에게 ‘당분간 시장직에만 전념하며 운기조식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하지만 박 시장은 권력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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