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째 의료봉사…가족끼리도 인격 존중해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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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저 자람이라면 늘 강릉과 함께 살아왔다는 것 밖에는 없는데, 많은 훌륭한 분들을 제쳐 두고 제가 뽑혀 부끄럽습니다.』
대한 주부클럽연합회로부터 12일 제3회 훌륭한 아버지 상으로 선정된 동포 정순응씨(78·강원도 강릉시 임해동59)는『굳이 사양했는데도 상이 주어져 버렸다』며 거듭 겸손을 보였다.
경성경전(내과 전공)을 졸업, 51년째 강릉 명주의 원장으로 일해 오고 있는데 의료계는 물론 교육·문학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지역사회발전에 헌신해 왔다.
강릉국교·수산고교·관동대학의 설립을 적극 지원했는가 하면 고교·대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했고, 84년에는 동포 문학상을 제정,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가정교육에도 성공을 거둬 인홍(48·우방물산 대표), 인혁(44·연세대의대 교수), 인관(40·현대금강그룹 인사부장), 영숙(53·여성단체활동), 명숙(52·서예가), 인숙(50·가정주부), 화숙(47·육영회봉사)등 슬하의 3남4녀 모두 사회와 가정예서 각각 제몫을 다하는 일꾼들인데, 약 20년간 7남매 계를 계속해 올 정도로 우애가 돈독하다.
건강, 우애, 타인의 인격존중, 이웃과 친화 등 이 가훈.
특히 타인의 인격 존중은 모든 가정문제를 해결하는 원천으로 그는 굳게 믿고 있다.
『남편이 아내의 인격을 존중하고, 부모가 자식들의 인격을 존중하여 가정의 질서를 세워 나가면 사회도 질서가 잡히게 마련』이라고 말하는 그는『이를 위해서는 양보와 관용으로 참으면서 지낼 줄 아는 인내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교육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평소·아버지로서 언행이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기만, 하면 됩니다.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자식들은 가정생활 전통 속에서 거울을 통해 상을 보듯 규범을 스스로 익혀 나가니까요.』
80년 상처, 효성 지극한 자식들의 간청에 못 이겨 이듬해 고숙정씨와 재혼한 그는 새 어머니에 대한 자식들의 깍듯한 공경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훌륭한 아버지 상은 주부클럽이 86년 제정, 매년 한차례씩 모든 가정의 귀감이 되는 아버지를 선정하는 것으로, 올해 시상식은 19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 장에서 갖는다. <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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