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 고미술 기획전|19세기 문인들의 서화전·겸재정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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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일부 고미술 전문화랑들이 미 공개 서화자료의 발굴·공개에 주안을 둔 본격적인 기획전시회 개최를 선언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고미술화랑을 떳떳치 못한 골동서화 류나 뒷거래하는 밀실로 인식하고 있는 일반의 부정적 시각을 되돌리기 위해 고 미술계가 취하고 있는 자구책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이들 전시회는 특히 학자들의 꼼꼼한 고증과 해설을 곁들여 전문출판사와 전시 도 록을 연계 출판함으로써 자료의 기록성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관훈동의 세칭 인사동거리에서 새로 문을 여는「학고재」가 개관기념으로 마련한 19세기 문인들의 서화전은 고 미술계의 이같은 움직임을 대표하는 예.
14일 개막되는 이 전시회에는 다산 정약용을 비롯, 신위 3부자·정수영·윤제홍·강이오·김정희·권돈인·이하응·조희룡·조광진·박인수·김영면·허 련·전 기·정학교·민영익·조석진·양기훈·안중식 등 19세기에 활약한 문인화가들의 대표적인 서화 33점이 출품된다.
대부분이 아직껏 일반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미 공개작품들로 학고재의 젊은 주인 우찬규씨가 모아 온 것과 다른 소 장가 10여명이 대여해 준 것들이 반반씩이다. 『개관기념 전을 19세기 문인들의 서화전으로 꾸미게 된 것은 조선왕조 문인서화의 전성기가 이 무렵 전후에 이루어졌고, 또 그동안 스스로 관심 있게 보아 온 것이 이 분야였기 때문이었다』고 우씨는 말하고 있다.
서화전의 특징은 전시를 통한 일반공개와 동시에 미술서 전문출판사인 열화당과 손잡고 전시작품일체를 실은 도 록을 내고 있다는 점.『한국미술사료선』이란 새 시리즈의 제1집으로 이미 출간된 이 책에는 전시작품 33점의 도 판과 함께 이태호(전남대 교수)·유홍준(미술평론가)씨의 작품 해설, 그리고 일반의 이해를 돕기 위한 유씨의 논문『조선후기 문인들의 서화비평』이 실려 있다.
『이만한 심도와 전문성을 갖춘 본격 전시회를 매년 두 차례 정기적으로 열고 도 록 출 한도 계속함으로써 고미술서화의자료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우씨의 다짐이다.
역시 고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대림화랑도 오는 18∼25일 조선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정선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은암동록』『옥순봉』등 산수·인물·화조·초 충에 이르는 겸 재의 작품 총 38점이 출품되는데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회에 맞추어 펴낸 도 록의 해설은 미술사를 전공하는 홍선표씨(홍익대 교수)가 맡았다.
겸재 정선은 현동자 안견과 함께 조선시대 산수화를 대표하는 인물의 하나로 남종화풍을 소 화해 사실적이며 운치 있는 한국적 산수화의 새로운 전통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화가.
이번 전시회 및 도 록 발간은 겸재 연구가들에게 적지 않은 자료적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화랑이 보여주는 움직임에 대해 고 미술계는 매우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종래의 전시회가「조선시대명화 전」조선시대 회화특별전과 같이 모호하게 전체를 포괄하는 무성격한 것이었던데 반해 이번의 두 전시회는 시대와 인물의 대상을 좁혀 집약적인 전시를 시도함으로써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학계 전문가의 책임있는 고증과 해설을 곁들이고 출판사와 연계한 도 록 발간으로 자료의 기록성에 유의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의 하나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소장 자들의 대여를 적극 유도함으로써 고 미술계의 병폐인 폐쇄적 자료독점 경향을 푸는 효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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