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산책] 뮤지컬 '프로듀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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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봄 개막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토니상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전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 '프로듀서스'가 요즘 다시 화제다.

브로드웨이의 사기꾼 프로듀서를 소재로 초지일관 웃겨대는 이 작품의 오리지널 주연이었던 네이던 레인과 메튜 브로데릭이 오는 12월 31일부터 3개월간 복귀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무대에 섰던 초반 1년 동안 암표 가격은 1천달러를 육박했고 제작사에서는 '브로드웨이 이너 서클'이라는 VIP 제도를 만들어 4백80달러에 판매했는데도 티켓은 완전 매진됐다.

레인은 영화 '버드 케이지'의 게이 아버지 역과 '리틀 스튜어트'의 고양이 스노 벨의 목소리로, 브로데릭은 '애딕티드 투 러브''고질라'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 배우는 스크린보다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더욱 빛났다. 특히 '프로듀서스'는 극중 배역과 실제 성격이 이들을 빼닮았다. 극중 제작자인 막스 비알러스탁처럼 레인도 극장에서 보낸 반생 덕에 뻔뻔하고 동물적인 감각을 갖췄다. 소심한 회계사 출신 조수 레오 블룸처럼 브로데릭은 실제로도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오리지널 주연 배우가 무대로 복귀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보통은 오리지널 배우가 떠난 뒤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 반짝 흥행을 노리고 투입되거나, 장기 공연 후 폐막을 앞두고 팬 서비스 차원에서 투입되곤 한다.

'프로듀서스'는 배우가 교체된 후에도 꾸준히 80%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해 왔기에 이들의 복귀는 남다르다. 두 남자가 복귀하는 추운 겨울 한복판은 전통적인 비수기라서 흥행몰이의 최전선에 이 두 사람을 내세우긴 했지만 말이다.

이들 덕분에 이 쇼의 매진은 일단 보장되고 덩달아 브로드웨이 전체 관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관객들은 2년 만에 이들을 다시 볼 흥분감에 벌써부터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www.nyl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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