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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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은 요즘 20년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기업 수익이 높아지고, 고용이 늘어나고, 물가는 안정되어 있다. 20년 전에도 일본은 똑같은 상황에서 전후 최고의 호황을 누렸었다.
불과 3년전, 경제대국의 꿈은 이제 사라졌다고 일본사람들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른바 엔고현상에 의한 수출경쟁력의 저하, 아시아 신흥공업국 등의 세계시장 진출, 고 임금 체제 등으로 일본경제는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고 했었다.
그 일본의 경제가 요즘 언제 그랬느냐는 듯 탄탄대로를 달려가고 있다.
근착 일본 종합잡지 『중앙공론』은 바로 그 배경을 분석하는 특집을 냈다. 한마디로 위기감이 일본을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탄력이 되고 있었다. 경제가 무풍지대에 있으면 기업은 달콤한 꿈에 젖어 기술혁신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일본은 1960년대의 무역자유화, 60년대 후반의 국제화, 70년대 후반의 석유파동을 겪으며 기술혁신과 산업구조개편으로 그 위기에 대응했다. 환경의 변화를 적절히 알아차린 것이다.
기술혁신은 세 가지 조건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첫째 는 혁신을 주도할 기업가. 둘째는 혁신을 재촉하는 니드(사회적 요구), 셋째는 기술의 발전. 지금 일본은 그런 조건들이 충족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후 세계엔 세 차례의 기술혁신파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50∼60년대의 나일론·석유정제상품 등의 발명, 두 번째는 60년대 후반의 자동차등 대량생산기술의 진보, 세 번째는 70년대 후반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술혁신.
이제 세계는 네 번째의 기술혁신을 맞고 있다. 일렉트로닉스와 정보기술을 중심으로 한 CC(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반도체 가격은 지난 10년 사이에 1백분의1로 떨어졌다. 그것이 컴퓨터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여 주었고 오늘 CC혁명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반도체는 일본의 경우 기술혁신의 승수효과를 1백배로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규모를 1로 칠 때 국민경제 전체에 파급되는 효과는 100.
우리 나라도 요즘 반도체 4메가D램 공장이 기공되었다. 일본의 뒤가 아니라 옆으로 바짝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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