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이어지는 역사 왜곡 논란…국민청원까지 등장

중앙일보

입력 2018.07.17 11:47

업데이트 2018.07.18 04:12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는 일본의 낭인 '구동매'(유연석 분). 조선 백정의 아들이었으나 일본으로 건너 가 일본인이 됐다. [사진 tvN]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는 일본의 낭인 '구동매'(유연석 분). 조선 백정의 아들이었으나 일본으로 건너 가 일본인이 됐다. [사진 tvN]

김은숙 작가의 화제작 tvN ‘미스터 션샤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6일 오후 이와 관련해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밤새 7000명 넘게 동참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격변기를 겪던 1900년 전후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릴 적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떠난 ‘검은 머리 외국인’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미국 군인 신분으로, 미국 군대와 함께 한국에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드라마에 대해 역사 왜곡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크게 ▶조선에 등을 돌린 이들을 합리화하면서도 ▶조선 침탈의 주체였던 일본의 약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다루고 있고 ▶당시 조선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미개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16일 오후 늦게 올라 온 tvN '미스터 션샤인' 국민청원

16일 오후 늦게 올라 온 tvN '미스터 션샤인' 국민청원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같은 역사 왜곡 드라마/영화에 대해 강력히 조치해주십시오’ 글을 올린 네티즌은 “영화와 드라마는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녹아 들어가 있는 중요한 매체 중 하나”라며 ‘미스터 션샤인’에 대해 비판했다. 글쓴이는 “미스터 션샤인은 명백히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명확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에서 가해 입장에 있는 캐릭터에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배경 삽입은 굉장히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것이 문제의식을 서서히 흐리고 종국에는 역사 자체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때문이며 그것이 곧 식민사관이고 문화 통치”이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또 글쓴이는 “미스터 션샤인은 피해국(조선)과 가해국(일본) 입장이 묘하게 전복돼 있다. 극에서 연출된 악역들은 대부분 조선인이며 도자기 장인의 제자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으로 등장하며, 조선의 문화가 ‘미개’하다는 연출이 계속해 보인다”며 “‘조선’은 피해국이 아닌 그것을 자초한 쪽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9;미스터 션샤인&#39;의 검은머리 미국인 유진 초이(이병헌 분). [사진 tvN]

&#39;미스터 션샤인&#39;의 검은머리 미국인 유진 초이(이병헌 분). [사진 tvN]

‘미스터 션샤인’에는 친일파 이완용의 이름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친일파 캐릭터 이완익(김의성 분)이 등장한다. 드라마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함경도 가난한 소작농의 다섯째 아들인 이완익의 형제 남매 상당수는 굶어 죽는다. 지주의 눈 밖에 나 소작 부치던 땅마저 빼앗긴 뒤 이완익은 미국 선교사에 의지하게 되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결국 조선의 위기를 자신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그려진다. 미국인이 된 유진 초이는 노비의 아들로, 어린 시절 부모가 양반 세도가의 횡포로 목숨을 잃는 과정에서 가까스로 도망쳐 미국으로 건너가 군인이 된 인물이다. 이후 조선으로 건너 와 조선에 미국 군대가 주둔할 수 있도록 앞장 선다. 일본 폭력배 구동매(유연석 분) 또한 조선의 백정 아들이었으나 수시로 매질을 당하고 착취를 당하다 일본의 앞잡이가 된 인물로 그려진다.

글쓴이는 "독립한지 불과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유공자들은 3대가 망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오가고 있는데도 역사 의식은 현저히 부족하다"며 "역사가 접목된 문화 매체는 국가 차원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경계심을 또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에는 17일 오전 10시 기준 현재 7145명이 동참한 상태다.

&#39;미스터 션샤인&#39;의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고애신(김태리 분) [사진 tvN]

&#39;미스터 션샤인&#39;의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고애신(김태리 분) [사진 tvN]

인터넷 오픈사전 ‘나무위키’도 ‘미스터 션샤인’에 대해  “김은숙 작가의 전매특허인 발고증이 여전히 터졌다”며 “최고의 배우들을 섭외해서 최고의 영상미를 뽑아내는 감독을 쓰고 넷플릭스에 배포하면서도 정작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거나 갖다 붙이기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나무위키'는 항목마다 서술의 객관성에 있어 논란이 많지만 여론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이에 앞서서도 ‘미스터 션샤인’을 둘러싸고 친일 논란이 일었다. 극 중 일본 폭력배로 등장하는 구동매는 당초 ‘흑룡회 한성지부장’으로 캐릭터가 설정돼 있었다. ‘흑룡회’는 1901년 결성된 실제 일본 단체다. 제국주의 일본의 국가주의 우익 조직으로, 한일 합병과 조선 식민지 정책에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구동매'가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가게 된 사정 등을 그리면서 흑룡회 옹호 같은 친일 미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제작진 측은 13일 ‘흑룡회’를 ‘무신회’라는 가상의 단체로 바꾼 뒤 “친일 미화 의도는 결코 없었다. 민감한 시대를 다루는 드라마인 만큼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깨달았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7일 시작한 ‘미스터 션샤인’은 첫 방송부터 시청률 8.9%(닐슨코리아, 유료기준)를 기록했으며, 3회 만에 시청률 10%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10.6%다. '미스터 션샤인'은 430억여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주연 배우 이병헌·김태리를 비롯한 초호화 캐스팅 등 드라마 외적인 요소부터 화제가 됐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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