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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 “지금도 7530원 못 지켜 … 또 올리면 다 죽자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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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남의 한 읍에서 편의점 2곳을 운영하는 윤모(41)씨는 내년 최저시급이 올해보다 820원 더 오른다는 정부 발표에 걱정이 태산이다. 올해 최저시급 7530원도 제대로 못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후폭풍] 현장에선 #40대 점주 “6000원대 주는 곳도 있다 #불법이지만 수익 안 나니 도리 없어” #50대 점주 “아내와 월 400시간 일해 #야간만 알바 쓰는데 수익 더 줄어”

윤씨는 “솔직히 주중 알바는 시간당 7200~7300원 주고 있다. 미안한 일이지만 면접을 보러 올 때 미리 말을 꺼낸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나마 우리는 나은 편이다. 주변에 6000원대 주는 곳도 여러 곳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최저시급 이하로 고용했다고 해서 고발을 당한 적은 없다.

주휴수당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주휴수당도 야간에 근무하는 어르신에게만 한 달에 따로 10만~20만원씩 챙겨 드릴 뿐 다른 이들에겐 주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방에선 노년층 알바가 학생을 대체하고 있다. 윤씨는 “미성년 학생들의 경우 술·담배를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에 취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노년층은 이럴 위험이 없어 선호한다”고 말했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발하고 있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점주들이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편의점주들은 이날 동맹휴업이나 심야 영업 중단과 심야 가격 할증 등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대신 정부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을 주장했다. [우상조 기자]

2019년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발하고 있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점주들이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편의점주들은 이날 동맹휴업이나 심야 영업 중단과 심야 가격 할증 등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대신 정부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을 주장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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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7530원 이하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다.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당장 수익이 적으니 어쩔 수 없다. 윤씨의 편의점은 하루 평균 매출이 120만~150만원 선으로 전국 평균보다 20~30% 낮은 수준이다. 점포당 수익은 100만원 남짓, 비수기 때는 그 이하로 떨어질 때도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GS25·CU 1만5000개 점포의 하루 평균 매출이 180만원이다.

지방이라고 해서 임대료가 싸지도 않다. 윤씨는 “요즘은 시골도 읍내 아파트 중심으로 주거지가 형성돼 월 임대료가 150만~ 200만원”이라며 “최근 2~3년 새 편의점이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윤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이 되면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윤씨는 “고졸로 직장생활을 10년 정도 했는데 학력이 달리니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며 “고향에 내려와 아이들 한 명씩 낳을 때마다 점포를 하나씩 열었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모(52)씨 부부에게 편의점은 마지막 보루다. 주류회사를 그만두고 10여 년 전 치킨집을 차렸지만 결국 폐업하고 남은 돈을 모두 털어 2016년 인천에 편의점에 차렸다. 편의점마저 폐업하면 희망이 없다. 그래서 낮에는 부부가 번갈아 가게를 보고 야간에만 알바를 써 인건비를 최대한 줄였다. 하지만 매출은 갈수록 떨어져 부부의 수익은 내리막이다. 이씨는 “한 달에 200만~300만원 정도 가져간다”며 “하지만 우리 부부가 가게를 지키는 시간을 합하면 월 400시간으로 치면 시급 7500원”이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보는 마음도 착잡하다. 이씨는 “현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지만 우리에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보기에 영세 자영업자는 국민이 아닌가 보다. 다 함께 살아야지 이렇게 급격하게 올리는 건 자영업자나 근로자나 다 같이 죽자는 거다”고 말했다. 윤씨는 “얼른 무인화 점포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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