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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전문인력 확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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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의 도서관 정책을 협의.조정할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 어떤 정부의 도서관 정책보다 획기적이다. 지금 도서관계는 부푼 희망과 큰 기대 속에 사안 진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주요한 화두 중 하나는 책읽기다. 영상시대에도 활자매체는 읽기.쓰기를 통해 사람에게 이성적인 판단능력과 창조적 역량을 강화시키는 필수적 요인이다. 책읽기를 위한 사회적 장치의 핵심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개개인의 책읽기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지역사회의 문화기반시설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지식과 정보 격차, 이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꼭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따라서 21세기 국가정책의 하나는 국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주요 국가 정책이 돼야 할 도서관 정책은 정부 부처 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이라고 하는 다층구조로 수행돼 왔다. 그러다 보니 정책을 주관하는 문화관광부는 공공도서관을 확충하고 있는데, 다른 부처에서는 평생학습 확장을 이유로 도서관을 일반적인 학습기관으로 바꿔 버린다. 지역주민들은 도서관이 공공시설답게 운영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정부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영역이 운영해야 할 도서관 운영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 많은 경우 도서관을 활성화한다고 하면서 가장 핵심 요소인 전문인력은 제대로 배치하지 않아 국민이 좋은 도서관 서비스를 받을 최소한의 기회도 없애 버리고 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다원화된 도서관 정책을 통합적 관점에서 수립.조정.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인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만들어진다니 매우 다행이다. 도서관 선진국인 미국.영국에선 오래전부터 국가적 위원회가 이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미국에선 1970년부터 법률 제정과 함께 대통령 직속 도서관정책위원회가 설립돼 미국 도서관 정책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백악관과 의회에 직접 보고한다.

우리 도서관계는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설치되면 행정위원회로서 적절한 정책적 권한.수단.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조직.인력.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확신한다. 나아가 위원 구성, 사무기구 인력 배치 시는 민간부문, 즉 도서관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과 도서관 전문가들의 폭넓은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만 도서관이 지식자원 보고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데 이 위원회가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침 8월에는 전 세계 140여 개국 5000여 명의 도서관인이 참가하는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가 서울에서 열린다. 대규모 국제대회를 통해 우리의 도서관 정보 정책이 세계 각국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최은주 한국문헌정보학 교수협의회 회장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