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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효과 큰 조선·자동차·철강 “미국 관세, 고유가 … 경기 더 나빠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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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 회사인 D사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 근처 박닌 지역에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6개월간 1000만 달러(약 112억원)를 투입해 1만4876㎡(4500평) 규모로 완공했다. D사 관계자는 “현지인 400~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이곳에서 원가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생산되면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공장 해외로 옮기고 생산 자동화 #투자 여력 있는 기업도 채용 꺼려

#건설기계를 생산하는 B사는 지난해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6조5679억원)과 영업이익(6608억원)이 2016년 대비 각각 14.6%, 34.6% 늘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직원 수는 한 해 전보다 오히려 25명 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설경기는 시장이 급변해 호황이라고 쉽게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데다 생산라인 자동화로 인력 수요가 전처럼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에선 국내에서 고용이 늘지 않는 이유로 생산공장의 ‘탈(脫) 코리아’와 노동시장 경직성을 꼽는다.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는 회사는 공장을 해외에 짓고, 국내에서 생산 여력이 있는 기업은 가급적 인력 채용을 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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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보는 경영자가 많아서다. 대한상의는 22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해 11일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87에 그쳤다. BSI가 100 이하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85(지난해 4분기)→86(올해 1분기)→97(2분기)로 3분기 연속 상승 흐름을 타 왔다. 그러나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지점인 100선을 넘지 못하고 다시 10포인트나 내려앉았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가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못하는 한 투자와 그에 따른 고용 증대도 함께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전망을 업종별로 분석해 보면 고용 전망은 더 암울해진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조선업(BSI 67)은 2년 전 수주 절벽에 따른 실적 부진 ▶자동차·부품(75)은 미국 관세 인상 움직임 ▶정유·유화(82)는 유가 급등 움직임 ▶철강(84)은 미국 관세 인상과 자동차 등 수요 산업 불황으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우리나라 고용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 그중에서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중후장대’ 업종이 일제히 경기 전망이 나빠진 것이다. 다만 ‘K뷰티’와 ‘K의료’의 인기 덕분에 화장품(127), 제약(110), 의료정밀기기(110) 등 일부 ‘경박단소’ 업종만 경기 전망이 기준치를 웃돌면서 100을 넘어섰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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