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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누드펜션 운영자 1심 무죄 … 법원 “숙박업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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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러 남녀가 알몸으로 물놀이·식사 등 생활을 하는 ‘누드펜션’을 운영했더라도 영리 목적의 영업이 아니라면 형사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영리 목적 아니어서 처벌 근거 없어

충북 제천에서 ‘누드펜션’을 운영한 김모(51)씨는 ‘나체주의’ 동호회 회장이다. 아내 소유의 2층짜리 펜션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차례 정도 회원들과 정기·비정기 모임을 가졌다. 펜션 안에서뿐 아니라 펜션 앞마당에서도 알몸으로 바비큐 파티·배드민턴·일광욕·캠프파이어 등을 하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농촌 정서에 맞지 않다”며 이들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걸고, 진입로를 막고 시위하는 등 격렬하게 반발해 왔다. 경찰은 김씨에게 공연음란죄를 적용해보려 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음란한 행위’라 보기 어려웠다. 펜션은 마을 주민들이 사는 곳과는 100m 이상 떨어진 산 중턱에 있었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는 “동호회 회원이 되는 데 특별한 장벽이 없고, 회비만 내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펜션은 미신고 숙박업소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김씨는 회원들로부터 가입비 10만원과 연회비 24만원 등을 걷었었고, 펜션에서 모임을 가질 때 침구·취사시설 등을 제공했다.

검찰은 ‘신고 없이 숙박업소를 운영한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와 ‘숙박업소를 운영하며 음란행위를 알선·제공한 혐의(풍속영업규제법 위반)’로 김씨를 기소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영리 목적으로 영업한 것이 아니다”면서 “설령 숙박업이라 하더라도 이는 음란행위가 아니다”고 맞섰다.

지난달 21일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형사2단독 하성우 판사는 “김씨가 경제적 이익을 취득할 목적, 즉 영리 목적으로 숙박업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숙박업이 아니어서 애초에 공중위생관리법과 풍속영업규제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펜션 안팎에서 벌어진 일이 음란행위인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하 판사는 회비 계좌 내역 등을 토대로 회비가 김씨의 경제적 이익으로 귀속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회비는 홈페이지 관리, 펜션 유지·보수, 파라솔·청소기·생필품 구입 등에 쓰였다. 하 판사는 “연회비 납부와 펜션 숙박 허락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긴 하지만 김씨가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이런 판단에 불복해 지난달 27일 항소했다. 김씨의 무죄는 확정되지 않았고 청주지법에서 2심이 진행된다.

김씨가 만든 나체주의 동호회는 연간 회원이 20~40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펜션에서 모임을 갖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김씨는 당시 “과감하게 옷을 벗어 던지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자연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체주의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프랑스 등에서는 누드 비치·누드 클럽 등이 성행하고 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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