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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달은「인간드라마」…|88텔렉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올림픽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 첫째는 동 유럽세의 활약이다.
루마니아의 여자체조는 원래 정평이 나 있었지만 이번엔 헝가리와 불가리아가 수영에 진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공산당 정권에 의한 소위 스테이트 아마추어리즘이 그 성과를 거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동유럽 국가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다고 해서 그들을 이상국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루마니아 소녀선수들에게 박수를 치면서 그 나라의 만성적인 전력부족을 생각하고 어려운 경제사정과 금메달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어느 나라가 금메달을 몇 개 따냈느냐 보다 각 선수의 멋진 육체에 찬탄의 소리를 지르는 시대가 됐다.
흑인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수영 남자 1백m 접영에서 남미 수리남공화국의「앤터니· 네스티」선수가 우승한 것은「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구 네덜란드령 기아나에서 독립한지 13년 만에, 그것도 국내에 50m수영 풀이라곤 하나밖에 없는 소국 수리남의 선수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네스티」자신은 미국에 수영유학중인 엘리트지만 2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선 흑인이 수영장에 들어오면 물이 더러워진다 해서 수영장 입장조차 거부됐었다.
따라서 이번「네스티」선수의 우승은 전 전부터 육상을 휩쓸어온 흑인파워가 드디어 수영의 인종차별 벽을 극복하기 시작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 할 수 있다.
여자마라톤 경기중계 때 서울 시가가 TV화면에 나타났다. 새로 단장된 마라톤 코스는 잘 정돈돼 있었다.
육상경기장 등 제반 경기장시설·기록장치 등 서울올림픽의 모든 시설은 우리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다.
한강 유람선과 행락 인파를 봐도 지금 한국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런 광경들이 모두 TV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비춰진다는 것만도 그 효과는 크다.
그뿐 아니다. TV에 비춰지지 않는 부분, 즉 한국인들이 그동안 전혀 만날 수 없었던 공산권국가 소련·중국·동유럽 선수·기자·응원단과 직접 접함으로써 받는 문화적 충격은 그 무엇보다도 큰 의의를 갖는다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공산권은 북한으로부터 유추된 경직된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가 이번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바뀐다면 앞으로 한반도정세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 서울시민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솔선해서 거리를 청소하는 등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2일 폐막식 때까지 더 많은 감동적 인간드라마를 펼침으로써 세계인들에게 더 많은 기쁨을 주기를 기원해본다.

<일본 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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