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축제서 개고기 먹는 격” 고래도 춤출 고래축제 언제쯤

중앙일보

입력 2018.07.11 09:25

지난 5~8일 고래문화특구인 울산 남구 장생포에서 고래 축제가 열렸다. 행사장 옆에 고래고기 식당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울산 남구청]

지난 5~8일 고래문화특구인 울산 남구 장생포에서 고래 축제가 열렸다. 행사장 옆에 고래고기 식당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울산 남구청]

울산고래 축제가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이 축제는 외지인 방문객 비율이 2016년 25.8%에서 2017년 29.8%로 상승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매년 지적되는 고래 학대 논란은 올해도 계속됐다.

올해도 고래고기 식당들 성업
보호단체, 고래 학대 지속 지적
장생포 아닌 태화강 개최 제안도

핫핑크돌핀스와 시셰퍼드 코리아, 동물을 위한 행동 등 고래보호·환경단체는 축제가 시작된 지난 5일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래 축제는 지난 20여 년 동안 고래를 이용만 했지 고래 보호 프로그램 같은 진일보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고래 보호 등에 관한 철학 없이 그저 고래 관련 콘텐트를 모아 흥겨운 분위기만 연출하는 인간 중심 축제”라며 “많이 바꿨다고 하지만 올해 역시 축제의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고래 학대’는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이 “고래고기 식당이 즐비한 장생포에서 고래 축제를 여는 것은 애견축제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과 같다”며 태화강에서 축제를 열 것을 제안한 이유다.
조 대표는 “지자체가 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돌고래를 바다에 돌려보내기 위해 민·관 협의회를 만들거나 고래고기 식당의 업종 변환을 위한 지원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김진규 울산 남구청장이 고래축제와 관련해 환경단체 대표들과 면담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김진규 울산 남구청장이 고래축제와 관련해 환경단체 대표들과 면담했다. [연합뉴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열리는 고래 축제는 고래가 다니는 시기에 맞춰 열린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자연 그대로의 고래를 보는 것이 주요 행사다. 울산고래 축제 역시 매년 고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5월 즈음 열렸지만 올해는 지방선거 때문에 두 달 늦게 개최됐다.

앞서 지난 4일 동물보호단체는 남구청장과 면담하면서 고래고기 없는 고래 축제, 돌고래쇼 없는 장생포, 시중 유통 고래고기의 중금속 검사와 결과 발표 등을 요구했다. 이에 김진규 남구청장은  “많은 부분 공감하며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대신 남구청은 환경 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여 2~3년 전부터 생태 축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5년 이후 20여 년 동안 비슷한 형태로 열렸으나 2016년 고래고기 시식회를 없앤 데 이어 올해 프로그램의 70%를 바꿨다는 것이다. 거리 퍼레이드를 해양을 주제로 진행하고 중·고교생이 참여하는 고래 학교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관람객이 얼굴·손 등에 해양 생물을 그리고 퍼레이드에 참여하거나 6·7월 두 달 동안 고래 학교에서 학생(1기 100명)들이 해양생태와 미술·음악·공예를 배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울산 고래 축제 거리 퍼레이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울산 고래 축제 거리 퍼레이드 모습. [연합뉴스]

장생포 마을 투어, 물놀이장, 물총 축제, 뮤직 페스티벌도 바뀐 프로그램이었다. 축제 예산은 15억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남경우 남구 고래 관광개발과 주무관은 “생태학습을 한 학생들의 영상 작품을 축제에 사용하는 등 앞으로 고래 학교에서 축제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남구청은 그러나 대(代)를 이어온 고래고기 식당을 자치단체가 나서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동물보호단체와 남구는 고래가 울산을 상징하는 대표 테마여서 축제를 폐지하기보다는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자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박사는 “고래 보호종 지정 미흡, 고래 불법 포획 등을 묵과하면서 관련 콘텐트만 이용하는 것은 착취형 축제”라며 “동물축제는 다른 축제보다 더 고심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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