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사에게 망치 휘두른 40대, 모친 살해한 30대 조현병 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 8일 경북 영양의 한 주택에서 난동을 부리던 조현병 환자를 제지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고 김선현 경감의 영결식이 10일 영양군민회관에서 열렸다. 영결식에 참석한 경찰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 경북 영양의 한 주택에서 난동을 부리던 조현병 환자를 제지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고 김선현 경감의 영결식이 10일 영양군민회관에서 열렸다. 영결식에 참석한 경찰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10일 오전 10시 경북 영양군 영양읍 영양군민회관.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고(故) 김선현(51) 경감의 영결식이 열렸다. 유족과 동료 경찰,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경감은 지난 8일 “아들이 난동을 부린다”는 어머니(67)의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출동했다가 조현병 환자 A씨(42)가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렸다.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김 경감의 아들(19)은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부인(49)과 딸(21)도 계속 울먹였다. 함께 일했던 영양경찰서 권영욱 경사는 고별사에서 “도로에 바위가 굴러내리는 큰 사고가 났을 때 주민의 생명을 구해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따뜻한 미소와 사람을 좋아하던 그 모습,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말한 뒤 울먹였다. 경찰은 김 경감에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정신질환자 범죄 늘어 작년 847명 #난동 막다 숨진 영양 경찰관 영결식

영결식 후 찾은 영양읍 동부리. 사건 현장인 A씨 집 대문에는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었고 대문 틈 사이로 깨진 화분과 널브러진 집기들이 보였다. 지나가던 50대 주민이 “얼굴에서 피가 철철 나는 경찰이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하면서 울부짖길래 사달이 났구나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80대 주민은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에 정신병원에 있었다. 난동도 자주 부렸다”고 말했다. A씨는 2011년 1월 환경미화원을 때려 중태에 빠뜨렸고, 환경미화원이 숨지면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현병 환자를 포함한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은 늘고 있다. 대검범죄분석자료에 따르면 강력범죄(절도·강도·살인 등)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는 2012년 540명에서 지난해 847명으로 증가했다. 조현병환자의 범죄만 따로 집계하진 않는다. 지난 8일 서울에선 30대 조현병 환자가 60대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경찰에 붙잡혔다. 어머니가 아들을 정신병원에 다시 입원시키려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살인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씨는 2012년 오토바이 사고를 겪은 이후 조현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해 올해 초까지 3~4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강릉의 한 병원에서는 최근 조현병 진료를 받아오던 40대 남성이 담당 의사를 폭행하기도 했다. 그는 의사에 망치를 휘두르다 망치가 부러지자 주먹으로 의사를 수 차례 때렸다. 이 남성은 장애등급 판정과 관련해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에는 광주 광산구의 한 병원 폐쇄 병동에서 살인 전과가 있는 조현병 환자 김모(48)씨가 탈출했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은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대응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데 선진국처럼 지역사회의 공중보건 개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정신질환자가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예방·관리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백경서 기자, 이태윤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