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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고무줄, 초간단 물세탁…직장인 바지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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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일본에서 양복 형태의 작업복, 즉 수트 스타일의 워크 웨어(work wear·작업복)가 인기다. 지난 6월 18일 재팬타임스(JT)는 “정장 스타일의 작업복이 일본 젊은이들을 ‘블루칼라’ 직업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에서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의 정장 스타일 작업복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무줄 허리에 가볍고 방수처리가 돼 있어 실용적이다. 본래 농업 분야 등 '블루칼라'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편한안 정장을 원하는 '화이트칼라'에게도 인기다. [사진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 홈페이지]

최근 일본에서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의 정장 스타일 작업복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무줄 허리에 가볍고 방수처리가 돼 있어 실용적이다. 본래 농업 분야 등 '블루칼라'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편한안 정장을 원하는 '화이트칼라'에게도 인기다. [사진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 홈페이지]

도쿄의 한 배관업체인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이 개발한 정장 스타일의 작업복은 허리에는 고무줄을 넣고, 매일 빨 수 있으며 가볍고 방수처리까지 돼 있어 실용적이다. 겉으로는 양복처럼 보이는 이 작업복은 환경 미화, 시설 관리, 농업 분야 직종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해 처음 제작됐다. 하지만 의외의 효과가 나타났다. 양복을 입고 농사를 짓는 신세대 농부 사이토 기요토(斎藤聖人·29)씨의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중앙일보 2017년 9월 23일자 게재) 작업복이 아닌 기능성 양복으로도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양복 스타일의 작업복은 출시 첫 달 만에 매출 5억엔(약 50억5000만원)을 기록했다는 보도다.

일본에서 출시 한 달만에 매출 5억엔(약 50억5000만원)을 달성한 정장 스타일의 작업복. [사진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 홈페이지]

일본에서 출시 한 달만에 매출 5억엔(약 50억5000만원)을 달성한 정장 스타일의 작업복. [사진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 홈페이지]

흔히 회사원들의 정장을 ‘전투복’에 비유한다. 전쟁 같은 일터에서 매일 입는 옷이기에 실용성과 품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우리도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를 앞세운 전투복이 주목받고 있다. 가격대를 낮추거나, 실용성을 높인 것이 주요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실용성을 극대화한 전투복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바로 여름에 적합한 기능과 소재로 무장한 제품들이다.
일단 워셔블 수트(washable suit)가 있다. 말 그대로 세탁이 가능한 정장이다. 정장은 드라이클리닝이나 적어도 손세탁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바꿨다. 간편한 세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 활용도가 높다. 럭셔리 남성복 ‘지 제냐’의 테크메리노 소재 ‘워시 앤 고(wash and go)’가 대표적이다. 천연 메리노 울에 특별 마감처리 기술을 더해 체온 조절 효과는 물론 최상의 편안함을 제공하는데, 온도 30°C로 세탁과 건조도 가능하다. ‘브렌우드’의 ‘워셔블 수트’ 또한 물세탁이 가능한 소재에 어깨 패드·심지 등 부자재는 특수 소재를 적용해 세탁 후 옷의 틀어짐을 방지했다. 세탁 망에 정장을 넣고 40°C 이하에서 중성세제를 넣고 세탁기에서 울 코스로 돌리면 된다.

세탁을 마친 워셔블 슈트를 세탁기에서 꺼내 상태를 확인하며 만족해하는 모델의 모습. [사진 브렌우드]

세탁을 마친 워셔블 슈트를 세탁기에서 꺼내 상태를 확인하며 만족해하는 모델의 모습. [사진 브렌우드]

허리 부분에 고무줄을 넣은 바지도 출시됐다. 이른바 ‘밴딩 팬츠’로 허리 부분에 고무나 끈을 적용해 편안함을 강조한 제품이다. 고무줄 바지지만 비즈니스 룩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감쪽같은 것이 특징이다. ‘코모도’는 셋업 정장(포멀 정장과 달리 상·하의를 따로 연출할 수 있는 정장) 바지를 밴딩으로 제작했다. ‘지이크파렌하이트’는 이번 시즌 출시한 바지 가운데 80% 정도를 허리에 밴드를 부착하거나 스트링을 달아 출시했다.

코모도 시어서커 팬츠의 허리 스트링 부분. 벨트 없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사진 코모도]

코모도 시어서커 팬츠의 허리 스트링 부분. 벨트 없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사진 코모도]

신축성 있는 원단을 사용해 활동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다. 스트레치 원단 등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유니클로’의 감탄팬츠, ‘바쏘옴므’의 썸머 매직홀 스트레치 정장 등이 있다. 겉으로는 일반 정장 바지와 비슷하지만 활동성을 높인 스트레치 소재의 바지는 아직은 점잖은 복장을 원하는 일반 직장인들에 접근성이 높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올젠’은 스트레치 원단을 사용한 ‘프리즘 팬츠’를 출시하고 롯데백화점 기준 지난해 대비 30%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허리춤에 늘어나는 밴드를 부착하거나 스트링(끈)을 단 '밴딩 팬츠'의 인기가 높다. 사진은 맨온더분의 카마 린넨 스트링 팬츠. [사진 맨온더분]

허리춤에 늘어나는 밴드를 부착하거나 스트링(끈)을 단 '밴딩 팬츠'의 인기가 높다. 사진은 맨온더분의 카마 린넨 스트링 팬츠. [사진 맨온더분]

남성용 캐주얼 정장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 ‘하프클럽’의 남성 정장 담당 윤준원 바이어는 “가성비에 집중했던 남성 쇼핑 패턴이 여름 들어 기능성을 겸비한 제품에 집중되고 있다”며 “신축성이 좋은 기능성 원단을 사용하거나 여름용 쿨맥스 원단을 사용한 제품은 지난해보다 판매율이 약 84%나 늘었다”고 했다.
일명 ‘냉장고 바지’ ‘냉감 팬츠’도 인기다. 아웃도어 제품군에서 시작된 냉감 소재 열풍이 남성용 정장 및 캐주얼 제품에까지 번지고 있다.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해 최적의 체온을 유지하는 쿨맥스 원단을 사용해 쾌적한 사용감을 선사하는 ‘파크랜드’의 아이스플러스 슈트, 통기성을 강화시킨 트로피컬 소재 표면에 쿨맥스 가공을 해 착용하면 2°C 정도 체감온도를 낮춰주는 ‘지이크파렌하이트’의 냉감 슈트가 대표적이다. ‘블루라운지 마에스트로’는 특수 처리한 울 냉감 소재로 살에 닿으면 청량감을 주는 재킷과 팬츠를 출시했다.

쿨맥스 원단을 사용해 시원한 착용감을 선사하는 아이스 플러스 슈트. [사진 파크랜드]

쿨맥스 원단을 사용해 시원한 착용감을 선사하는 아이스 플러스 슈트. [사진 파크랜드]

특수 기능을 원단에 부착시키는 방식으로 냉감 효과를 극대화시킨 바지도 있다. ‘아이더’의 아이스 데님 팬츠는 피부에 닿으면 청량감을 주는 멘톨 캡슐을 원단에 부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피부의 땀이나 수분과 결합하면서 피부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단정하게 입을 수 있는 깔끔한 생지 스타일의 아이스 데님 팬츠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현재 4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1일까지 열렸던 롯데백화점의 '쿨비즈 캠페인.' [사진 롯데백화점]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1일까지 열렸던 롯데백화점의 '쿨비즈 캠페인.'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최우제 남성 캐주얼팀장은 “주 52시간 근무가 확대되고 복장 자율화 등 유연한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기업체가 늘어나면서 남성용 정장에도 일상복 트렌드가 강화됐다”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남성들의 바지 길이가 점차 짧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올해 5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남성 캐주얼 상품군 내 ‘쿨비즈(cool과 business의 합성어로 여름철에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재킷을 벗는 등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것)’ 관련 제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30% 이상 신장했다.

더위 잡는 쿨·신축성 소재에 주목 #주 52시간 근무, 복장자율화 맞춰 #아웃도어 기능성, 일상복에 접목

유지연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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