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야구는 상업적" TV중계 위해 룰도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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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
(원제 National Pastime)
스테판 지만스키·앤드루 짐벌리스트 지음
김광우 옮김, 에디터, 284쪽, 1만3000원

축구 월드컵에 열광하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환호하는 나라는 200개가 넘는 국가 중에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멕시코 정도일 것이다. 영국과 유럽이 발전을 주도한 축구와, 미국이 종주국인 야구는 그만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축구 팬들은 "야구가 무슨 운동이냐"고 비아냥거리고, 야구 팬들은 "축구는 단순 무식한 운동"이라고 비하한다.

많은 유럽인들은 야구를 비롯한 미국 스타일의 경기를 싫어하고, 많은 미국인들은 축구를 우습게 본다. 미국인들이 갖다대는 이유는 이렇다. "약한 팀이라도 수비만 하다가 종종 이길 수 있다. (이건 불공정하다)" "경기의 30% 정도가 무승부다. 재미없다 (모든 경기에는 승자가 있어야 한다)" .

유럽인들이 야구를 싫어하는 이유는 이렇다. "TV 중계를 위해 규칙을 바꾸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너무 상업적이다)" "실력이 없는 팀도 리그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축구는 업-다운 제도가 있어서 상위 리그에서 못하는 팀은 하위 리그로 떨어지고, 하위 리그의 잘하는 팀은 승격한다)".

이 책의 저자는 축구나 야구 관계자가 아니다. 각기 미국과 영국의 경제학자들이다. 각자가 처해 있는 다른 환경 속에서, 학자의 관점에서, 우리시대의 스펙터클이자 거대산업으로 성장한 축구와 야구를 분석했다. 두 종목의 기원과 발달과정,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를 방대한 양의 자료와 함께 제시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개방성'(축구)과 '폐쇄성'(야구)으로 분석한 대목이다.

1850년대 미국 중상류층의 레저 스포츠로 발전한 야구는 곧 상업성을 띄게 된다. 프로와 아마추어로 나뉘고, 규칙도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한 팀이 특정지역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며, 새로운 팀이 리그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입회비를 내야 한다. 구단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독점이 필수적이다. 야구의 세계화가 불가능했던 이유다.

축구도 영국의 중상류층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축구는 가능한 많은 팀이 리그에 들어오기를 원했다. 유럽 국가가 중심이 돼서 만든 FIFA(국제축구연맹)는 회원국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 축구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 두 종목은 서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야구는 세계화에 눈을 뜨고 있고, 축구는 구단의 이익에 신경 쓰고 있다. 3월 벌어진 제1회 WBC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야구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특이하게 야구와 축구가 모두 인기를 누리는 한국. 축구의 시각에서 야구를 보고, 야구의 시각에서 축구를 보는 것은 '윈윈' 전략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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