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이마에 인도식 붉은 점인 ‘틸락’(여성은 ‘빈디’)을 찍고 힌두교식으로 예의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8일(일) 오후(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 도착한 후 인도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악샤르담(Akshardham) 힌두사원’을 방문하고 있다.2018.7.8.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인도 국빈 방문의 첫 일정으로 뉴델리에 있는 세계 최대 힌두교 사원인 악샤르담을 방문했다. 인도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존중의 의미다.
사원 진입로에는 곳곳에 문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환영합니다’라는 한글 패널이 걸려 있었다. 문 대통령이 사원에 도착하자 인도 세종학당 소속 학생들이 팻말을 들고 문 대통령 부부를 반겼다. “사진! 사진!”이라는 한국말로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 인도 뉴델리의 숙소에서 인도 세종학당 학생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이 방문한 악샤르담 사원은 축구장의 16배 크기에 달해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규모의 힌두사원’으로 등재된 곳이다. 1969년 힌두교 지도자 요기지 마하라즈의 제안으로 건설이 시작돼 1만5000여 명이 건축에 참여했다. 건설에는 30여년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사원에 있는 조각상들이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을 듣고 “모든 것이 손으로 만들어졌다고요?”라고 반문한 뒤 “돈으로만 할 수가 없겠네요. 신에 대한 경건한 마음과 신앙심으로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는 힌두교 교리에 따라 여성이 사제 옆에 설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여성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따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신전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힌두교식으로 신발을 벗었다. 2만개의 신상이 조각된 스와마랴얀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는 “각각의 신상에 이름이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그런 뒤 조각상 앞에 서서 두 손으로 장미 꽃잎을 받아 바구니에 놓고 두 손을 모아 힌두교식으로 기도했다.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 인도 뉴델리에 도착 후 첫 일정으로 힌두교를 대표하는 성지인 '악샤르담 힌두사원'을 방문, 힌두교 지도자 동상에 합장하며 예를 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사제에게도 “한반도를 위해 축복을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현지 사제는 “문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다. 노벨상을 받으면 제가 가장 먼저 축하를 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도하는 곳으로 이동해 “인도의 평화도 기원하겠다”며 다시 두손을 모아 기도했다.
사원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교민 100여 명이 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가 환호성을 질렀다. 문 대통령은 태극기를 걸고 있던 교민들에게 다가가악수를 했다. 사원 측은 문 대통령의 기념사진을 프린터로 출력하면서 “삼성 프린터! 삼성 프린터”라고 말하며 삼성전자가 만든 프린터로 사진을 뽑아 액자를 만들었다.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인도 뉴델리에 도착 후 첫 일정으로 힌두교를 대표하는 성지인 '악샤르담 힌두사원'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순방 때마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종교와 관련된 일정을 잡는 것은 문 대통령의 ‘순방 공식’이다. 그는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고대 자바국을 언급하며 “바닷길이 멀지만, 우리와 교류의 역사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국시대 또는 통일 신라 시대에 이미 우리는 동남아 지역과 교역했고, 조선 태종 때는 자바국의 사신 일행이 두 차례나 우리 조선을 방문했다는 기록이 태종실록에 남아 있다”고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배를 타고 고려에 귀화했던 ‘리롱떵 왕자’ 얘기를 꺼냈다. 리롱떵(李龍祥) 왕자는 1009~1225년까지 베트남에서 가장 오랫동안 번성한 리왕조의 마지막 왕자로, 고려에 귀화해 ‘화산(花山) 이씨’의 시조가 됐다.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탔던 이준 열사와 손기정 선수 등의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한 이광수의 소설 『유정』을 비롯해 연해주의 삶을 소설로 쓴 조명희 작가 등도 줄줄이 거론했다.
인도 뉴델리=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