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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ㆍ나경원ㆍ심상정 한자리에 불러모은 천주교 대주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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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외무장관인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가 6일 국회를 방문했다. 갤러거 대주교를 맞은 이는 가톨릭신도의원회 회장인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세례명 요셉)과 부회장인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이냐시오) 등 40여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었다. 민주당에선 문희상 의원(바오로), 이석현 의원(임마누엘), 박영선 의원(에스델) 등이 참석했고, 한국당 정진석 의원(사비오)과 나경원 의원(아셀라),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안셀모)와 박지원 의원(요셉), 정의당 이정미 대표(오틸리아)와 심상정 의원(마리아) 등도 함께했다.

의원들 잇는 종교의 힘

 이들 앞에서 갤러거 대주교는 “정치는 정의를 위한 노력이어야 하고, 평화를 위한 기본 전제조건을 수립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한국 정치에서 민감하고도 희망찬 이 시기에 여러분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하고 계시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리에 앉은 신도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폴 리처드 갤러거 교황청 외무장관(대주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톨릭신자 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시작기도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뉴스1]

폴 리처드 갤러거 교황청 외무장관(대주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톨릭신자 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시작기도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뉴스1]

 국회는 한치 양보없는 싸움이 벌어지는 전쟁터다. 하지만 정당과 지역, 연령을 초월해 국회의원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대표적인 매개체가 ‘종교’다. 당초 갤러거 대주교와의 간담회에 참석을 신청한 가톨릭신도의원회 소속 국회의원만 해도 46명에 이르렀다. 4선을 거치는 동안 종교 모임에 꾸준히 참석해왔다는 한 의원은 “각자 개성이 강한 국회의원들을 묶어주는 강력한 힘이 종교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 초청 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박영선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 초청 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박영선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의원 개신교 신자 모임으로는 ‘국회조찬기도회’가 있다. 1965년 김준곤 목사의 주도로 당시 김종필·김영삼·정일형 의원 등 20여명이 뜻을 모아 발족시킨 모임으로 매달 첫째 주 수요일 국회에서 정기 예배를 드린다. 여당 의원이 모임 회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현재는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다. 부회장은 자유한국당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 의원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조찬기도회의 멤버다. 조찬기도회가 열리면 국회 사무처 직원과 보좌진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한다.

 국회조찬기도회 김진표 회장(오른쪽 둘째.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9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취임 예배에서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등 여야 의원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국회 정상화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조찬기도회 김진표 회장(오른쪽 둘째.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9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취임 예배에서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등 여야 의원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국회 정상화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84년 시작된 불교 신자들의 모임인 ‘국회 정각회’도 꾸준히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정각회엔 추미애 민주당 대표,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등 41명이 활동하고 있다. 매달 정기법회를 열고 수시로 친목 모임을 갖는다. 올해 4월엔 주 의원을 비롯한 회원 18명이 스리랑카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해 8월 3일 오후 경남 합천군 해인사 경내 대적광전에서 열린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의 출가 50주년 기념 금산식(金山式)에서 국회 정각회장인 주호영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8월 3일 오후 경남 합천군 해인사 경내 대적광전에서 열린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의 출가 50주년 기념 금산식(金山式)에서 국회 정각회장인 주호영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의 종교활동은 때론 국회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김진표 의원의 경우 2018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미루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가 논란의 당사자가 됐다. 당시 개정안에 서명한 의원 25명 가운데 개신교 신도가 20명이었다. 결국 국무회의에서 소득세법 시행령을 의결하면서 ▶종교인 소득을 제외하곤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금지하고 ▶종교인이 소득신고를 할 때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도 선택해 신고할 수 있도록 하며 ▶종교활동비 장부는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완책을 포함시켰다.

 4년마다 득표로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는 국회의원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아예 자신의 종교를 숨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국회의원들 중에선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지 않고 활동을 하는 ‘샤이(Shy) 종교인’들도 있다. 지역구에 교세가 강한 종교가 있는 곳도 있고, 혹은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게 알려지면 곤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 귀띔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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