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때 대표로…천부의 "골잡이"|한국핸드볼 4승의 견인차 강재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4초. 일진일퇴의 숨가쁜 공방선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광판의 게임스코어는 22-22 타이. 볼을 잡은 한국공격진의 손놀림은 전광석화 같았고 순식간에 스탠드는 온통 열광의 도가니를 방불케 했다. 상대수비 틈새를 살짝 비껴 스탠딩슛을 성공시킨 것. 결과는 23-22 한골차 승리. 22일 한국남자핸드볼 팀이 결승진출의 최대난관으로 지목돼온 동구권의 강호 동독을 맞아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남자핸드볼 팀은 이날 승리를 기폭제로 여세를 몰아 체코·일본을 연파, 파죽의 4연승을 구가하며 조 선두에 나서 결승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확보해놓고 있다.
강재원(23)-.
이날 결승골을 터뜨려 벼랑에까지 몰렸던 한국에 값진 승리를 안긴 수훈갑이자 남자 핸드볼 팀을 이끌고 있는 견인차다.
예선 4게임을 치르면서 총34골(매 게임 평균 8.5골)을 기록, 현재 득점랭킹 수위에 올라 있고 어시스트 또한 16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1m83㎝·74㎏, 갸름한 외모에 다소 야윈 체구지만 체중을 실어 뿜어내는 슈팅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몸싸움에 약해 수비가 약한게 흠이긴 하나 코트 어디에서든 자유자재로 슈팅을 구사하는 슈팅파워가 발군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동료 김재환과 콤비를 이뤄 장신수비벽을 꿰뚫는 속공플레이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위협적이다.
부천중·부천공고를 거쳐 올 봄 경희대를 졸업했으며 국가대표 경력은 올해로 6년째. 부천공고 2년 때인 82년 국가대표로 첫 태극마크를 달아 뉴델리 아시안게임(당시3위)에 출전했으며, 84년 LA올림픽(당시 11위)과 86서울아시안게임대표선수로 출전, 우승을 이끌어 백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동안 출전한 굵직한 국제대회만도 10여 차례. 그때마다 발군의 슈팅솜씨를 과시, 성가를 높였고 86세계선수권대회(스위스)에서도 66점을 올려 종전 득점기록(65점)을 경신, 일약 주목받는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현재 협회소속 선수로 매달 10만원씩의 보조금을 받고 있으나 가장 아쉬운 것은 국내 남자실업팀이 따로 없이 선수생활을 더이상 하기 힘들다는 것. 이 때문에 한때 외국프로팀 진출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아직 진로는 불투명한 상태.
김종하 대한핸드볼협회장의 장녀 난주(서울대)양과 올림픽이 끝난 후 결혼할 예정. 그러나 우선은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남자핸드볼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는다는데 다부진진 결의를 보이고 있다. <전종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