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싸우고 운도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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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도 이경근의 경기를 보고>
이경근의 우승에는 행운도 많이 따랐다. 지난 85년 세계선수권에서 그를 누르기 한판으로 꺾었던 거북한 상대 「소클로프」(소련)가 1회전에서 탈락했고 세계 캠피언인 「야마모토」(일본)마저 준결승에서 어이없이 나가 떨어진 것은 그에게는 몹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대전상대가 누구였든 간에 결코 불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그가 잘싸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는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하고 2회전에서 「베카노비치」(유고)를 업어치기 한판, 3회전에서 「야푸소」(아르헨티나)를 가위치기 절반·업어치기절반을 보탠 한판으로 각각 제압,최대고비인 4회전을 맞았다.
상대는 85세계선수권 우승자인「소콜로프」를 꺾은 유럽 챔피언 「카라베타」(프랑스).
이는 초반에는 맹공을 펼쳐 기선을 잡았으나 후반 들어서는 많이 지친듯 공격당하는 편이었으며 종료 3초를 남기고 교육지도를 받기도 했다.
심판판정은 2-1로 이의 승리를 선언. 솔직이 이 순간만은 홈어드 밴티지가 약간 작용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이의 실력에 의한 승리였다.
준결승에서 「부이코」(형가리)에 가위치기 유효(27초), 업어치기 효과(1분38초)에 이어 업어치기 한판 (3분36초)을 거둔 이는 의기 양양했다.
그러나 역시 준결승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야마모토」를 맞아 시종 수세에 몰리다 막판(4분24초) 엉겁결에 업어친 것이 한판이 되는 바람에 행운을 얻어낸 「파블로프스키」(폴란드)도 사기가 충천해 있었다.
결승전은 일진일퇴의 공방으로 진행됐다.
30초쯤 「파블로프스키」는 오른쪽 업어치기를 시도했고 50초쯤에는 이가 뒤질세라 왼쪽 업어치기 시도로 응수했다.
1분쯤 「파블로프스키」는 안다리 후리기를 하는 듯 하다가 배대 뒤치기를 걸려했으며 1분 30초쫌에는 이가 다시 가위치기를 구사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흘러 3분 40초쯤 이는 안아조르기 찬스를 맞이했으나 힘이 좋은「파블로프스키」는 이의 손이 목밑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
4분쫌 「파블로프스키」는 업어치기를 시도하다 실패, 이에게 굳히기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
4분40초쯤 이는 이만하면 할만큼 했으며 자칫하면 어이없는 되치기에 걸릴수도 있다고 판단한 듯 잡기 싸움을 유도하며 시간을 슬슬 홀려보냈다.
우승-. 열화와 같은 관중들의 성원에 이는 감독과의 포옹을 풀고 커튼콜하는 배우처럼 다시 매트위로 올라와 손을 들어 답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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