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계파정치 부활 우려 낳은 친문 ‘부엉이 모임’ 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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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내 문재인 대통령 직계 의원 20여 명이 ‘부엉이 모임’이란 단체를 만들었다가 비판이 커지자 해산을 결정했다. 당연한 결론이다. 애초 이런 모임을 만든 의원들의 무신경이 놀랍다. 우선 ‘부엉이 모임’이란 이름부터 짚어보자.

부엉이는 여기서 중의적 표현이다. 지혜를 상징하는 영물(靈物)로서의 부엉이가 일차적 의미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네르바(지혜의 여신) 곁을 지키는 동물이 바로 부엉이다. 동시에 밤에 잠을 자지 않는 부엉이처럼 ‘달(Moon)님(문 대통령)’을 수호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회원들은 말한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사설 친위부대라는 실토다.

밤중에 대통령 측근 의원 수십 명이 모여 저녁을 먹는다고 도대체 대통령의 무엇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전임 정부에서 대통령 측근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벌써 잊어 버렸나. 다수의 의원을 소외시키고 친문 의원 몇몇이 대통령을 독점하는 것은 대통령을 계파의 수장으로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각에선 부엉이란 이름에서 불행한 과거를 떠올리기도 한다. 부엉이 모임의 모태는 2008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만든 ‘청정회’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지금 이름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곳이 어디인가.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임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왜 굳이 여당 의원들이 나서서 불행한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회원들은 ‘부엉이 모임’이 계파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친목 모임에 불과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국회의원·판검사·고위공무원들끼리 모이는 모든 사적 모임은 필연적으로 인사나 청탁 등과 연계의 우려가 있다”는 표창원 의원의 지적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당 의원은 올바른 정책과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