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정몽준 vs 현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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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17.16%)를 제치고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됐다.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지분의 37%, 현대택배 지분의 30% 등을 가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종전까지 현대상선의 단일 최대주주는 17.18%를 가진 제버란트레이딩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현대상선이 외국 기업에 적대적 인수합병(M&A)될 위험이 있어 백기사 역할을 하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분확보 목적도 '자금 운용의 효율성 제고'로 공시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이날 '현대그룹의 입장'이란 문건을 내고 현대중공업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대그룹 측은 "현 회장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40% 가까운 지지세력이 있어 현대상선은 M&A 위험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권혁주.나현철 기자

[뉴스 분석] 한때 KCC와 경영권 다툼
또 분쟁에 휩싸일까 촉각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2003년 말~2004년 초 경영권 분쟁을 심하게 겪었다. 시숙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조카며느리의 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을 매집했다. 당시 KCC는 21.47%까지 지분을 매입했으나, 5% 이상 지분을 가지면 이를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증권선물위원회의 처분 지시를 받았다. KCC는 이 지분을 지난달에야 스위스계 회사인 쉰들러홀딩스에 전량 매각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7일 현 회장 측의 취득 보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대상선 지분을 대량 사들였다.

현대상선 측은 현대중공업그룹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백기사로 나서기 위해 사들인 지분으로는 너무 많고, 현대중공업그룹과 KCC그룹의 사이가 매우 각별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KCC는 현대중공업 지분 8.15%를 가진 3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번엔 자칫 형수와 시동생 간에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중공업과 KCC가 손잡고 현대건설까지 인수해 현대그룹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지분 8.69%를 갖고 있다. 따라서 KCC나 중공업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이번에 산 지분에 KCC의 기존 보유량(6.26%)까지 합해 현대상선 지분 중 41.63%를 확보하게 된다. 현대상선과 그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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