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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1600억원 투자 건과 기내식 업체 변경은 별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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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4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내식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어 "저희 협력회사 대표께서 불행한 일을 당하신데 대해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을 하고
유족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GGK 지주사인 중국 하이난그룹으로부터 1600억원을 투자받기 위해 기내식 공급업체를 무리하게 바꾼 것이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회장은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과 투자 건은 별개"라고 해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기존의 기내식 공급업체 LSG에 1600억원을 투자하라고 했지만 거절당하자, GGK로 틀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박 회장은 "GGK로 기내식을 바꾼 건 지분율과 원가 공개 등 계약 조건이 LSG보다 유리했기 때문"이라며 "하이난그룹의 투자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동북아 개발을 함께 하자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가운데)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가운데)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오늘은 노밀(No Meal) 항공편이 2편으로 줄었다"며 "안정화되고 있다. 조만간 완벽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이 날 오후 5시 기준으로 노밀 항공편은 15편으로 집계됐다. 오후 2시까지는 7편이었다.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노밀 사태 첫 날인 지난 1일에도 "2~3일 후면 정상화 된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맺은 기내식 공급 계약은 복잡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계약을 맺은 GGK가 아닌 샤프도앤코라는 중소규모 업체를 통해 기내식을 공급고 있다. 당초에는 GGK가 이달 초부터 기내식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GGK가 공장을 설립하다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해 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자 샤프도앤코와 급하게 3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사실상 기내식을 제조하는 업체는 재하청업체인 화인씨에스 등 소규모 업체다. 화인씨에스는 지난 2일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화인씨엔에스의 한 직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인원이 문제가 아니라 공간이 부족해 차질을 빚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대량의 기내식을 생산하느라) 지옥 같다"고 말했다. 시설을 갑작스럽게 늘리기는 어려운 만큼 사태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A씨는 "며칠 만에 개선될 건이었으면 이렇게 난리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여름엔 기내식을 수송할 때 음식이 상할 수도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계속된 '노 밀' 사태로 인해 4일까지 약 120여 편, 2만여 명의 승객이 '밥 없는' 비행기를 탔다. 또 노밀로 인해 항공편이 무더기 지연 출발하며 아시아나항공의 이미지도 추락했다. 불편을 겪은 승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금호 수사’라는 글을 올리는 등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일부 승객은 “집단소송을 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아시아나노조 카톡. [사진 아시아나노조]

아시아나노조 카톡. [사진 아시아나노조]

당장 아시아나항공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은 "침묵하지 말자"며 촛불 집회를 예고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오는 6~8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노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촛불문화제'를 열겠다며 집회신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SNS 게시글에는 '복장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의미도 전달하고자 검은 옷 혹은 유니폼, 그리고 국화꽃입니다.(나머지 본인 신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갖자 자유롭게)'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와 별도로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직원들은 '아시아나의 갑질' 실상을 알리겠다며 벼르고 있다. '물벼락 갑질' 이후 내부 직원의 오너 일가의 비리가 봇물 터진 대한항공처럼 고발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날 직원들이 개설한 카카오톡엔 약 2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강나현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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