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 꿈 깨 ! … 부자될 가능성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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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은 전 지구촌 민초의 '희망'이었다. '미국에 가면 잘살 수 있다'는 생각은 힘겹고 고달픈 현실에 한 자락 꿈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 가면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기회의 땅, 그곳이 바로 미국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국은 꿈의 종착지가 아니다. 로이터 통신은 27일 아메리칸 대학의 톰 허츠(경제학) 교수가 최근 발표한 '미국 내 계층 간 이동성 연구'라는 논문을 인용, "아메리칸 드림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과학적 조사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믿음과 현실의 괴리=조사에 따르면 빈곤층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이가 자라서 상위 5%의 상류층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빈곤층 자녀 100명 중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아이는 단 한 명뿐이란 얘기다. 반면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이가 커서 상위 5%의 부자가 될 확률은 22%에 달했다. 빈곤층 자녀와 비교할 때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인종별 편차도 심했다. 조사 결과 흑인의 경우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비율이 63%에 달했지만 백인은 32%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이 4000명(이민자 가정 제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먼저 1968년 이들 부모의 수입을 파악한 뒤 이들이 성인이 된 95년부터 4년간 수입 변동 상황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통신은 "이번 결과는 미국 내 양극화에 따른 소득 불균형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허츠 교수는 "이처럼 세대 간 계층 세습 현상이 심화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교육에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미국인은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난하게 태어났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미국인이 80%에 달했다. 83년의 60%에 비해 오히려 20%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 중산층도 허울뿐? =미국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 뉴욕 타임스는 플로리다 중산층 가정의 사례를 소개하며 "중산층에도 아메리칸 드림은 힘겨운 현실에 가려 그 빛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더 발더리(18)는 대학 학비 문제를 놓고 몇 달째 부모와 씨름 중이다. 발더리의 부모는 학비가 적게 드는 공립대학에 진학하길 원하지만 발더리는 평소 가고 싶어 하던 마이애미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발더리의 부모는 1년에 10만 달러를 번다. 하지만 주택 융자금 상환, 승용차 유지비, 가스.전기 같은 각종 공공요금에 11살짜리 발더리 동생의 교육비까지 내면 남는 게 없다. 이 때문에 발더리가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매년 4만 달러가 넘는 학비 대부분을 스스로 벌어야 하는 실정이다.

뉴욕 타임스는 "우리 부모 세대는 자녀의 학비를 내줄 수 있었지만 지금의 부모들은 자녀의 학비를 내줄 수 없는 형편이 돼 버렸다"며 "이는 생활이 갈수록 빡빡해지는 데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후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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