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아르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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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의 벽이 두터운가 아니면 올림픽과는 인연의 끈이 닿질 않는가. 올림픽축구입상의 부푼 기대 속에 3번째 도전에 나선 한국축구는 끝내 예선탈락의 실망감만을 안겨준 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참으로 가슴아픈 노릇이다.
22일 아르헨티나와의 예선 마지막경기는 승리의 여신이 철저히 외면한 한판이었다. 너무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줄기찬 공세에도 결과는 2-1패.
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김정남 감독의 용병상의 미스와 경기운영상의 실책이다. 공격진보강을 위해 미드필더에 노수진을 선발 기용한 것은 좋았으나 후반 굳히기에 들어와서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의 교체가 바람직했다. 뒤늦게 노수진을 여범규로 교체한 것과 역전골을 내준 후 최강희를 장신 김용세로 교체한 것은 이미 실기한 후였다.
이 같은 용병상의 미스는 이에 앞선 대미국전에서도 드러났는데 이 같은 실수는 평소 믿어 의심찮던 김정남 감독의 용병술에 저으기 실망감을 금치 못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는지.
또 한가지, 경기운영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범했다. 같은 시각에 시작한 같은 C조의 소련-미국(대구경기)에서 소련이 전반을 3-0으로 앞서 리드하는 상황이라면 한국은 마땅히 후반 들어 수비벽을 두텁게 함으로써 비기는 작전으로 임했어야 옳지 않았겠는가.
「최선의 방어가 공격」이라는 속설도 귀담아들어야 하겠지만 「아르헨티나가 결코 만만찮은 상대」임을 분명히 숙지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허허실실의 묘랄까, 게임을 풀어 가는 운영솜씨가 왠지 미덥지가 못했다. 이 같은 도식적인 운영상의 실책 또한 이미 대미국전에서도 드러났는데 결국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화를 불러들여 대세를 그르치고만 꼴이었다.
정작 몰아붙일 때는 그렇치 못하고 신중한 플레이를 해야할 때는 그렇지 못한 것은 다분히 벤치의 책임이랄 수밖에 없다.
객관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예선1·2차전에서 보인 미국이나 아르헨티나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경기내용 면에서 또한 10-7 정도로 앞서 있었던게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는 비기고 아르헨티나에겐 2-1로 패한 것은 한국축구가 아직도 세계정상의 수준과는 먼 거리에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 셈이다.
이번 올림픽예선전이 한국축구에 주는 교훈은 많다. 한국축구는 마땅히 이를 거울삼아 새 출발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결코 실망하지 말고 내일을 기약해보는 용기 또한 중요하다. 가능성의 문은 여전히 활짝 열려있지 않겠는가. <최은택(한양대 체육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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