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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식당] 충무로 직장인들이 사랑하는 20년 공력 ‘닭한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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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입니다. 이번 주는 샘표식품 소비자와언론팀 심선애 차장이 추천한 ‘본가 원조 닭한마리(본가 닭한마리)’입니다.    

'본가 닭한마리'의 대표 메뉴인 닭한마리. 국물이 고소하고 닭고기는 부드럽다.

'본가 닭한마리'의 대표 메뉴인 닭한마리. 국물이 고소하고 닭고기는 부드럽다.

“충무로 직장인 단골집…닭 한 마리에 수제비 사리 필수”

샘표식품 심선애 차장.

샘표식품 심선애 차장.

심 차장은 충무로 맛집을 훤히 꿰고 있다. 2007년부터 충무로역 앞에 자리한 샘표식품에 근무한 데다 홍보 업무 특성상 미팅이 많기 때문이다. 마음속 최고의 식당을 꼽아달라는 제안에 심 차장은 고민이 많았단다. 맛집이 워낙 많은 데다 식당마다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자주 가는 곳’이었다. 맛있으니까 자주 가는 것이므로. 그렇게 추려진 식당 중에 이왕이면 덜 알려진 곳으로 골랐다고 했다.
이렇게 까다롭게 결정한 곳이 ‘본가 닭한마리’다. 심 차장은 “회사 근처에서 식사할 때 직원들과 함께 자주 찾는 곳”이라며 “어디 갈까 물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집을 말한다”고 했다. 허기졌을 때, 비가 올 때, 스트레스받았을 때…언제 가도 맛있게 먹고 나오는 집이라고 한다. 그는 “닭한마리가 대표 메뉴인데 육수가 잘 밴 촉촉하고 부드러운 닭고기를 새콤한 소스에 찍어 먹는 맛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직접 손으로 반죽해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수제비 사리가 정말 맛있다”고 설명했다.

인쇄업 호황이던 90년대 중반 문 열어

2000년대 초반 충무로 상인연합회는 영화의거리 조성을 위해 식당 간판마다 영화 포스터를 함께 넣었다. 유환필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쉬리' 포스터를 넣었다.

2000년대 초반 충무로 상인연합회는 영화의거리 조성을 위해 식당 간판마다 영화 포스터를 함께 넣었다. 유환필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쉬리' 포스터를 넣었다.

충무로역 6번 출구 뒷골목엔 유명한 노포가 많다. 인쇄업으로 밤낮 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과거 골목에 둥지를 튼 곳들이다. 언제부턴가 골목마다 들어서 있던 인쇄소가 하나둘 떠나면서 과거와 같은 활력은 찾기 힘들지만, 여전히 노포들이 남아 과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중 하나가 본가 닭한마리다. 유환필·박미숙씨 부부가 1997년 9월 문을 열었다. 직장에 다니던 유씨는 식당을 하기 위해 친구가 운영하는 닭한마리 식당에서 1년간 일하며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가게 자리를 찾던 부부의 눈에 들어온 곳이 충무로 먹자골목이었다. 유씨는 “90년대 중반만 해도 인쇄업이 호황을 누릴 때라 충무로에선 24시간 인쇄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데다 1년간 요리를 배우며 자신감도 생겨 지금 자리에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닭발과 한약재를 넣고 우려낸 육수에 닭고기와 양념장을 넣어 얼큰하면서 시원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닭발과 한약재를 넣고 우려낸 육수에 닭고기와 양념장을 넣어 얼큰하면서 시원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메뉴는 두 가지만 준비했다. 맑은 육수에 닭고기와 양념장, 떡과 만두 사리를 넣은 닭한마리와 매콤달콤한 양념의 닭볶음탕뿐이다. 너무 단출한 메뉴 때문에 가게 문을 열고 1년 넘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똑같은 메뉴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을 직장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1년 내내 ‘가게를 그만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밀고 가는 성격의 유씨는 더욱 힘을 냈다. 그는 “더 열심히 하면 잘 될 것”을 믿었다고 했다.

[송정의 심식당] #샘표식품 심선애 차장 추천 # ‘본가 닭한마리’

좋은 닭 구하려 1000원 더 비싼 닭 사 

부부의 마음이 사람들에게 전해진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저녁식사 시간마다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심시간엔 대기 줄이 늘어섰고, 저녁 시간에도 9시 넘어까지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생겼다. 명절이면 인근 명보극장·스카라극장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찾아와 연휴에도 가게 문을 활짝 열었다.
비결은 좋은 재료다. 유씨는 다른 식당보다 닭 한 마리당 1000원씩 더 비싼 닭을 고집한다. 거래처의 닭 가격을 깎으면 그만큼 좋은 닭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재료인 닭이 신선하고 좋아야 닭요리가 맛있는 법. 유씨는 “신선한 닭은 끓일수록 국물에서 고소한 맛이 나고 고기 식감도 촉촉하고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그날 받은 닭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바로 반품한다.

닭은 900g 짜리 9호를 사용한다.

닭은 900g 짜리 9호를 사용한다.

고춧가루·마늘 등의 식재료는 국산만 사용한다. 부부의 고향인 전라남도 구례에서 농사를 짓는 큰 형님이 직접 가꾼 것을 보내준다. 아내 박씨는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안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당장은 돈을 번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손님이 줄어 장사를 망친다”고 말했다.

닭고기를 찍어 먹는 새콤한 맛의 소스.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닭고기를 찍어 먹는 새콤한 맛의 소스.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주방은 꼭 유씨가 책임진다. 입맛이 예민하고 꼼꼼한 성격인 유씨는 아내에게도 주방을 잘 맡기지 않는다. 직접 해야 늘 변함없는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는 오전 10시에 가게를 열고 닭발·한약재를 넣어 육수를 끓이며 일과를 시작한다. 간장에 식초·고춧가루·부추를 넣어 새콤하면서 깔끔한 맛이 나는 소스도 유씨의 몫이다. 이곳의 별미인 수제비 사리도 직접 만든다. 흔히 닭한마리집에 있는 수제비 사리는 공장에서 나온 제품이 많지만 이 집은 밀가루를 손으로 반죽해 숙성시킨 후 칼국수 면을 미는 기계로 얇게 밀어 이를 다시 손으로 떼어낸다. 이렇게 만든 수제비 사리는 부들부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아내 박씨는 홀을 책임진다. 테이블을 바쁘게 오가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주는 게 모두 박씨의 몫이다.

가족 같은 20년 단골이 가장 큰 재산

충무로를 떠나도 이집 닭한마리를 먹기 위해 지금까지 가게를 찾는 단골들이 많다.

충무로를 떠나도 이집 닭한마리를 먹기 위해 지금까지 가게를 찾는 단골들이 많다.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한 부부에게 가장 큰 재산은 단골이다. 충무로에서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사람들도 이 집의 음식을 먹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온다. 박씨는 “20대였던 직장인이 결혼하고 아이 손을 잡고 찾아올 때면 가족처럼 반갑다”며 웃었다.
인근 직장인들에겐 빠듯한 점심시간을 위한 팁이 하나 있다. 바로 예약이다. 시간과 인원을 말하면 도착했을 때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상을 차려놓는다. 닭을 먼저 먹고, 여기에 수제비나 칼국수 사리를 먹고, 밥까지 볶아 먹으려면 직장인들에겐 점심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닭한마리는 1만8000원(2인분), 닭볶음탕은 2만원(2인분)이다. 닭한마리엔 떡과 만두 사리가 포함돼 있다. 일 년에 세 번 맛볼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삼계탕(1만2000원)이다. 여름 복날 점심시간에만 판매한다. 오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1시(토요일은 10시까지)까지 운영하며 평일엔 오전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다. 일요일은 쉰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동영상=전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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