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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커피 꽃 필 무렵 … 대나무숲 옆에서 원두 익어가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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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담양 커피농장의 임영주 대표가 방문객에게 원두커피 내리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임 대표는 2015년 6월 고향인 담양에 정착해 커피 재배와 사계절 커피 체험이 가능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담양 커피농장의 임영주 대표가 방문객에게 원두커피 내리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임 대표는 2015년 6월 고향인 담양에 정착해 커피 재배와 사계절 커피 체험이 가능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옛부터 ‘죽향(竹鄕)’이라 불려온 전남 담양은 국내 최대 대나무 산지다. 전국 대나무 재배면적(7662㏊)의 32%(2420㏊)가 담양에 있다. 군(郡) 전체 면적(4만4500㏊)의 5.4%에서 생산된 대나무는 주민들에게 연간 200여억 원의 소득을 안겨준다. 죽제품이 많이 쓰이던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담양 대나무밭은 생금(生金·살아 있는 황금) 밭으로 불렸다.

전남 ‘담양 커피농장’ 가보니 #30년 직장생활 끝내고 인생 2모작 #1650㎡ 농장서 생두 연 50㎏ 생산 #6~7월 열매·꽃 장관 … 관광객 몰려

들녘 곳곳에 생금(대나무)밭이 널린 담양에 4차산업형 ‘생금밭’이 생겼다. 담양 금성면 영산강변에 자리한 ‘담양 커피농장’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거리에서 차로 5분가량 떨어진 1650㎡(500평)의 농장에는 500여 주의 커피나무에서 생두가 생산된다. 농장 안에는 커피 열매를 맺는 성목 500그루와 1∼3년생 5000그루, 유묘 1000그루가 가득하다. 농장 안에는 세계 3대륙, 9개국, 13종의 아라비카종 커피나무가 자란다. 원산지가 에티오피아인 아라비카종은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품종이다. 커피는 보통 3년 이상 된 나무에서 꽃과 열매를 맺는다. 커피농장을 방문한 신의정(58·여)씨는 “아프리카나 중남미에서만 자란다는 커피나무가 집 근처에서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커피나무 꽃

커피나무 꽃

‘죽향’인 담양에 커피밭이 생긴 것은 6년 전이다. 농장주인 임영주(61) 대표가 2012년 현재의 농장터 165㎡(50평)에 커피나무를 심은 게 시작이다. 30여 년을 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했던 그는 케냐 취재 도중 접한 커피의 맛을 잊지 못했다. 귀국 즉시 아파트 베란다에 커피나무 씨앗을 뿌린 임 대표는 고향인 담양에서 커피농장을 열 꿈을 키워왔다. 틈틈이 향미전문가 자격증과 이탈리안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것도 담양에서 인생 2모작을 시작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담양에서 첫 커피 열매가 맺힌 것은 2015년 6월. 임 대표는 3년을 공들여 가꾼 끝에 커피 생두 10㎏을 손에 쥐었다. 난방비나 비닐하우스 시설비 등을 감안하면 턱없는 수확량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시설을 10배가량 확장한 끝에 생두 생산량을 50㎏까지 늘렸다.

커피열매

커피열매

현재의 농장시설에서 안정적인 재배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두 번째 실험에 착수했다.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걸러 만들어내는 커피인 ‘코피 루왁(Kopi Luwak)’에서 착안한 발효커피다. 잘 익은 커피 열매만을 골라 일정 기간을 특수 공법으로 발효시키는 게 비법이다. 그는 이 커피에 ‘골드 캐슬(Gold Castle)’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커피농장이 있는 ‘금성면’의 지명에서 따온 명칭이다.

커피농장에서는 사계절 커피 체험을 할 수 있다. 커피 수확철인 6월과 7월초에는 검붉은 커피 열매와 하얀 커피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탐방객이 찾는다. 자신이 직접 딴 커피 열매를 볶은 후 분쇄해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경험은 이때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농장 안에 들어가 커피를 따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하얀 커피나무 꽃도 커피 산지가 지닌 매력 중 하나다.

수확철 외에도 커피농장에는 연중 체험객이 몰린다. 커피 로스팅과 분쇄·시음체험 외에도 세계 각국의 커피 맛을 두루 볼 수 있어서다. 농장에서는 코피 루왁과 케냐AA·에티오피아 등 커피를 상시 판매한다. 이중 담양에서 생산된 ‘골드 캐슬’은 최고 인기 품목이다. 다른 커피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상큼하면서도 깔끔한 맛과 깊은 풍미가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커피농장에서는 커피열매의 과육 껍질을 이용해 만든 카스카라 차나 커피잼도 판매한다. 농장에서 생산된 원두와 함께 커피나무 묘목을 직접 구입해 집에서 키울 수도 있다.

임 대표는 “푸드 마일리지(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리)가 ‘제로(0)’인 커피를 활용해 커피농장과 카페·체험장·박물관·가공공장 등을 아우르는 ‘커피 타운’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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