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보강 해일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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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태풍 '매미'는 경남지역 해안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해일의 직격탄을 맞은 마산시 해운동 일대 건물의 지하공간은 바닷물로 가득 차면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해운동 해운프라자 지하층에서 8명이 숨지는 등 이 일대 4채의 건물에서 모두 1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실종신고가 10여 명에 이르고 지하층에 물이 차 있는 건물이 20여 채나 돼 사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건물들은 모두 해안가에서 1백~7백m쯤 떨어져 있다.

창원.통영.거제.사천 등 경남 도내 해안가에도 건물이 흔적없이 날아갔다. 항구의 배들이 뭍에 올라와 있는 곳이 수두룩 할 정도로 해일 피해가 심각했다.

이러한 피해원인에 대해 항만 전문가들은 부실한 방파제와 항만시설을 꼽는다.

마산시 해운동 앞 바다에는 방파제가 없다. 만(灣)으로 이뤄진 내항(內港)이어서 해일의 가능성이 없다는 용역결과에 따른 것이다.

해운동 일대는 옛 마산화력발전소 일대 부지 15만 평을 1995년 매립한 곳이다. 매립 뒤 강우량이 많은 여름철 만조기(滿潮期)가 겹치면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소동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공사비를 아끼려고 낮게 매립한 것이 원인이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 김성수(44.해운동)씨는 "자연재해라고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배수 펌퍼장이라도 설치해 침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남지역 지방어항 63곳에 설치된 방파제(총연장 13.7㎞)의 높이도 해수면에서 1~1.5m 정도다. 높은 파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경남도는 어항의 방파제를 높여 설계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방파제 1m 건설비용이 8백만~1천2백만원쯤 들어가기 때문에 난감해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파제를 높일 경우 바다밑 지반공사비까지 감안하면 공사비가 2배 이상 늘어나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도는 올해 사업비 1백30억원을 들여 22개 항에 방파제 등 항만시설을 공사 중이다.

또 건설된 지 오래된 방파제는 파도를 깨트리기 보다 넘겨서 파고를 줄이도록 설계된 곳이 많은 것도 문제다.

항만공사 용역업체인 유아기술공사 민일규 대표는 "이번 해일을 계기로 어항별 실태조사를 실시해 위험순위를 매겨 순차적으로 방파제 공사를 해야 한다"며 "주요 항만시설 자료를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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