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한 北기업들 한국 교민신문에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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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 선양(瀋陽).다롄(大連) 등지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L모 사장은 최근 북한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50대 중년의 이 북한 사람은 "사장님께 공해 없는 음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 우리는 북한에 농장을 갖고 있으니 한번 만나서 사업을 이야기 해보자"고 말하더라는 것.

북한과 가까운 중국의 동북 3성에서 장사를 하는 한국인들은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전화를 많이 받는다.

가격을 시장에 맞게 조정하고 기업경영을 자율적으로 고치는 등의 개혁을 통해 사(私)경제를 북돋우려는 북한의 최근 변화와 무관치 않은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북한과 접촉하는 중국 내의 대다수 한국 관계자는 "뭔가 분명한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중국의 동북 3성 대도시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북한 식당들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관계자는 "창춘(長春).다롄.선양 등 대도시에는 요즘 들어 북한 식당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는 당장 뭔가 내놓을 수 없고 현금도 없는 북한으로서는 가장 손쉬운 돈벌이가 식당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춘에서 사업하는 P씨는 "가끔 북한 사람들이 찾아와 사업거리를 묻곤 한다"며 "남한 사람이건 중국 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사업 아이템을 찾기에 혈안이 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영업 중인 한 북한 식당은 요즘 한국인들의 화제다. 시내 후미진 곳에서 영업하던 이 음식점이 올해 초 다른 곳으로 옮겨 신장개업 하더니 최근 한국인이 많이 몰려 있는 여인가(女人街)로 다시 자리를 옮긴 것.

이 식당은 아예 신장개업을 기념해 한국 교민 소식지인 '베이징 저널'에 광고를 싣는가 하면,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단을 초청해 식사를 내기도 했다.

북한에서 온 여성 종업원들의 태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조심스럽고 수줍은 듯 손님들의 말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과거의 태도를 버리고 "또 오셨습니까" "자주 찾아 주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건넨다.

베이징에 진출한 한국의 모 대기업 북한 관계 팀장은 "과거에는 체면불고하고 무조건 이런저런 요구를 해대던 게 북한 대남통들의 관례였다"며 "요즘들어서는 이런 태도가 모두 사라지고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을 구하거나 이에 대한 남쪽 사람들의 얘기를 귀기울여 듣는 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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