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파병 명분 마련해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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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국제 사회의 이라크 추가 파병을 얻어내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파병 결의안 통과가 필수적이다.

미국의 파병 요청을 받은 대부분의 나라가 "미.영 주도 연합군이 유엔의 승인없이 이라크전을 벌인 만큼 이번 파병에는 국내 여론 무마용으로 유엔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인도.터키 등 각국은 파병의 선결조건으로 유엔 차원의 평화유지군 창설을 내걸고 있고, 한국 정부도 내심 유엔 결의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파병 결의안 협상의 1라운드였던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외무장관 회담은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최대 이견은 이라크 주권의 향방 문제였다.

프랑스는 '합법적인 신정부 수립 때까지 미국 주도의 과도행정처(CPA)의 통치권을 놓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이라크 과도정부에 주권을 이양하라"며 날을 세웠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미 군정은 유엔이 감독하는 과도 정부에 주권을 즉시 이양해야 한다"며 '한 달 시한'까지 못박았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14일 "이라크 내 합법적 권력기구의 수립이 선결문제"라며 "파병 계획이 없다"고 프랑스를 거들었다.

이에 대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상임이사국들은 조속한 시일 내 이라크인들에게 주권을 이양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면서도 "프랑스의 제안은 전적으로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이번 파병 결의안이 지난 3월 이라크 전쟁 결의안 때처럼 프랑스 등 반전국의 거부권 행사 위협 때문에 미국이 결의안을 자진 철회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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