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이제) 겨우 두 쪽으로 짜개진(쪼개진) 마을 분위기가 수습되나 캤는데 이게 무슨 환장할 노릇입니꺼?"
1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 'K2 통합 공항 유치 반대추진위원회' 사무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집기는 모두 치워지고 벽에 군위군 지도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지난해 통합대구공항(대구공항+K2 군공항) 이전 반대 운동이 활발하던 때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사무실 인근에서 만난 김병주(55)씨는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사라졌다"며 "이전에 찬성하는 김영만(자유한국당) 군위군수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큰 격차로 상대 후보를 앞질러 이긴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6·13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48.2%를 기록해 2위인 무소속 장욱 후보(37.2%)를 앞질렀다. 2014년 선거에선 이 두 후보의 차가 5.2%p였다.
김 군수의 당선으로 대구공항은 이전 사업에 속도가 붙은 상태다. 국방부는 3월 14일 '군위군 우보면 일대'와 '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 일대'를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상태다. 앞으로 공청회와 주민투표 등을 거쳐 최종 이전 부지를 선정한다. 국방부는 2023년까지 현 공항 부지 면적을 배 이상(15.3㎢) 키워 새로운 장소로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이전까지 군위군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눠진 주민들로 큰 진통을 겪었다. 지역 곳곳에 공항 이전 찬·반 현수막이 내걸리고 집회도 수 차례 열렸다.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펼쳐져 선관위가 이를 검토하기도 했다. 극한으로 치달았던 찬·반 양측의 갈등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오거돈·김경수라는 새 광역단체장을 맞은 부산과 경남에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재추진될 조짐이 일자 군위는 뒤숭숭한 분위기로 다시 바뀌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재추진되면 통합대구공항 이전 사업에 당위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경모 군위통합신공항유치추진위 대외홍보실장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 '밀양이냐 가덕도냐' 싸우다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는데 또 다시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를 꺼내는 것은 국가 경영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다시 불은 지핀 주인공은 오거돈 부산시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정부의 결론인) 김해신공항은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은 선거용이 아니며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에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26일엔 오 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가 울산에 모여 '동남권 상생 협약문'을 체결하기도 했다. 6개항으로 구성된 협약문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동남권 관문 공항에 걸맞는 신공항 건설을 위해 부산·울산·경남 공동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영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사이에선 극도로 예민한 문제다. TK와 PK가 각각 경남 밀양시와 부산 가덕도를 신공항 후보지로 밀면서 지역 충돌이 10년간 지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2016년 6월 연구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공항 확장을 대안으로 제시해 일단락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도 김영만 군위군수는 2일 취임식에서 다시 한 번 통합대구공항 이전 의지를 드러냈다. 김 군수는 "신공항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통합 신공항은 정치적 이념을 넘어 대구·경북의 상생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대역사로, 군위의 존폐까지 위협받는 시점에서 희망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