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운지] "황사 예방위한 나무 지원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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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7월 몽골에서 열리는 건국 800주년 기념 행사에 한류 스타로 인기 높은 배우 배용준과 최지우를 초청하고 싶습니다."

페렌레이 우르진룬데브 주한 몽골대사(59.사진)는 요즘 건국 기념 행사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본국에서 열리는 행사를 지원하면서 한국에서도 대형 행사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몽골이라고 하면 13세기에 번성한 칭기즈칸의 나라로만 생각하는데,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건국 기념 행사를 통해 현재 몽골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황사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최근 국내 언론에 몽골의 고비사막이 황사 발원지로 거론되는 게 불만이라는 뜻이다. 특히 일부 언론이 보도한 '몽골 국토의 90%에서 사막화 진행'이란 보도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몽골 국토의 3분의 1은 산맥, 3분의 1은 초원, 3분의 1은 산림 지역"이라며 "사막화가 일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토의 90%에서 사막화가 진행 중이란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래서 몽골 정부도 사막화 방지 대책의 하나로 나무를 심고, 우물을 파고, 잔디를 깔고, 목축지를 윤번제로 이용하는 '그린 벨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막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부 지역이 주요 대상이다. 그는 "몽골은 또 환경 규제가 심해 공장에서 대기로 중금속을 배출할 수 없게 돼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황사와 달리 몽골에서 날라오는 황사에는 중금속이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대한항공이 2004년부터 매년 신입사원들을 몽골에 보내 나무 심기 행사를 벌이고 있는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다른 한국기업의 동참도 당부했다. 그는 "몽골인은 유목민족이라 나무를 관리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며 "그래서 앞으로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보다 사후관리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1967~71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한 그는 84~89년 북한 주재 대사로 근무했다. 한국에서는 91~97년 초대 대사를 지낸 뒤 2001년부터 두 번째 대사를 맡고 있다. 북한에서 10년 가까이 살았고, 한국에서도 10년 이상 살고 있는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남북한이 체제와 경제 측면에선 서로 다르지만 사람의 품성은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이 많고, 생활력이 강하며, 근면하게 일하고,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꼽았다. 특히 '약속을 잘 지킨다'는 대목을 강조했다.

"한국의 멋에 푹 빠져 지낸다"는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2002년 초 '한국을 사랑하는 대사 모임(한사모)'의 결성을 주도했으며, 요즘도 1~2개월에 한 번씩 모임을 열고 있다. 특히 김일성대학 기숙사에서 친구로 지낸 팜 띠엔 번(57) 주한 베트남 대사와는 자주 만나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한다. 둘은 한국말로 대화한다.

글=강병철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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