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30년 만에 기자가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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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6일 최근 사퇴한 스콧 매클렐런 전 백악관 대변인의 후임에 폭스 뉴스의 토니 스노(50.사진) 앵커를 임명했다. 부시 대통령이 현직 언론인을 새 대변인에 임명한 것은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백악관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임을 감안, 대 언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미 언론들은 풀이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내 일은 결정하는 것이고, 스노 대변인 일은 그 결정을 언론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말해 이런 기대를 나타냈다.

스노 대변인의 임명으로 제럴드 포드 정부 시절인 1974년 NBC 방송기자 출신으로 대변인을 지낸 론 네센에 이어 30여 년 만에 언론인이 백악관의 '입'역할을 맡게 됐다. 스노 대변인은 신문기자 출신으로 USA투데이의 칼럼니스트와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오피니언면 담당 에디터 등을 지냈다. 칼럼니스트로서 그는 정치와 경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민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보수 색채가 강한 논평을 해왔다. 2004년 대선 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분명하게 지지했으며,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연설문 담당 국장으로 이미 백악관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암으로 결장 제거 수술을 받은 탓에 건강 문제가 막판에 변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정밀검사 결과 암이 재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최종 낙점을 받았다.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관계는 대체로 원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들은 무언가를 계속 먹여줘야 하는 맹수와도 같은 존재"라고 말한 바 있다.

스노는 3월 부시 대통령에 대해 "언론과 정적들에게 답하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이 그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시의 고집을 지적하기도 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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